< 심각한 외환 딜러 > 터키 금융시장 불안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와 외환 시장을 강타한 13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환율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36원50전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달러당 1138원90전)에 근접했다가 상승폭이 축소되며 5원 오른 1133원90전에 마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심각한 외환 딜러 > 터키 금융시장 불안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와 외환 시장을 강타한 13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환율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36원50전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달러당 1138원90전)에 근접했다가 상승폭이 축소되며 5원 오른 1133원90전에 마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13일 일제히 급락했다. 통화가치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코스피지수는 1년3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달러·위안화 환율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0일 미국의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폭탄’ 투하로 리라화가 급락한 데 따른 아시아 시장의 첫 반응이다. 터키발(發)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면서 터키 채권 등 신흥국 자산에 투자한 투자자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휘청거린 아시아 금융시장

13일 아시아 증시는 한국 코스피(-1.50%) 일본 닛케이225(-1.98%) 중국 상하이종합(-0.34%) 대만 자취안(-2.14%) 등 주요국 대표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총 231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SK하이닉스(324억원 순매도), 삼성전자(268억원), POSCO(259억원), LG전자(149억원), 현대로템(139억원) 순으로 많이 팔았다.

외환시장도 충격을 받았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5원(0.44%) 상승한 달러당 1133원90전으로 장을 마쳤다. 6일 중국 인민은행이 외환 선물거래에 20%의 증거금을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잠시 안정세를 보였던 위안화 환율도 이날 달러당 6.88위안까지 올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당분간 신흥국을 중심으로 불안한 시장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다음달 미국의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연말까지 미국 브라질 독일 등에서 선거와 관련해 정치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나홀로 호황을 구가하던 미국도 7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비제조 지수가 동반 하락하는 등 경기가 둔화할 조짐도 나타나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南美 충격' 회복 못했는데 터키發 악재까지… 신흥국 투자자 '비상'
◆신흥국 채권 투자자 ‘멘붕’

상대적 고수익을 노리고 신흥국 주식이나 채권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은 좌불안석이다. 신흥국 투자자들은 올 상반기 아르헨티나 페소화, 브라질 헤알화 등 주요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이미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터키 리라화까지 문제가 생기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6개 증권사(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올해 판매된 신흥국 채권은 9917억원에 달한다. 작년 이후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판매된 리라화 채권 잔액은 100억여원이다. 서울 강남의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 센터장은 “상반기에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급락했을 때 리라화가 함께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역발상 투자를 한다며 터키 채권에 1억원 안팎을 투입한 고객이 일부 있었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부진한 흐름을 보여온 신흥국 채권 수익률은 3분기에도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브라질 국채를 보유한 국내 투자자들은 올 들어 11.4%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채권이자 등으로 4.5% 수익을 냈지만 브라질 헤알화 가치 급락에 따른 환손실이 15.9%였다. 터키 국채 투자자가 입은 손실은 리라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손실만 57.4%, 총 수익률은 -53.2%에 달한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조사대상 29개 신흥국 채권형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10일 기준)은 -3.84%로 해외 채권형펀드 6개 유형 중 손실폭이 가장 컸다. 자금도 빠져나가고 있다. 작년 말 3206억원이었던 설정액은 지난 10일 현재 2973억원으로 7.26% 감소했다.

신흥국 주식형펀드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63개 신흥국 주식형펀드는 연초 이후 평균 2.92% 손실을 봤다. 설정액은 작년 말 9587억원에서 8037억원으로 16.16% 줄었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터키 러시아 중국 등 최근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나라의 금융불안은 현재진행형”이라며 “신흥국 통화가치 지수가 2016년 초반의 전저점보다 더 떨어졌고, 달러화 강세도 이어지는 만큼 당분간 신흥국 신규 투자는 자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송종현/강영연/나수지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