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이 드라마제작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소수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업체 등의 자금을 유치해 스튜디오드래곤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고, 콘텐츠 투자를 위한 ‘실탄’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CJ E&M과 CJ오쇼핑 합병 이후 줄곧 내리막인 CJ ENM 주가가 반등에 성공할지 주목된다.◆지분가치 최대 5000억원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10~20%가량을 매각하기로 하고 주관사 선정에 나섰다. 최근 국내외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스튜디오드래곤 시가총액(2조5850억원)을 감안할 때 최대 5000억원 안팎의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CJ ENM은 스튜디오드래곤 최대주주로 71.3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50% 안팎의 지분을 남기고 팔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CJ ENM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OTT 업체와의 협업을 위해 전략적투자자(SI)를 유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매각은 스튜디오드래곤의 지분 가치 상승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스튜디오드래곤은 2016년 5월 CJ ENM의 드라마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도깨비, 미생, 시그널 등 인기 드라마를 제작했다. 최근에는 미스터션샤인(사진)이 13%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이 드라마 방영권을 넷플릭스에 팔아 약 300억원(증권사 추정)을 벌어들였다.넷플릭스, 유튜브를 통한 콘텐츠 수출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OTT 업체와의 협업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글로벌 OTT를 주요 주주로 끌어들이면 협력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고 기업 가치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넷플릭스의 경쟁사인 아마존, 중국판 넷플릭스인 아이치이 등도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한류(韓流) 콘텐츠 확보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만큼 유력한 지분 투자 후보로 꼽힌다.◆“M&A 위한 실탄 마련”CJ ENM은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6900원(2.85%) 떨어진 23만5100원에 장을 마쳤다. 합병 후 거래가 재개된 지난달 18일 이후 14.42% 하락했다. 회사 측은 미디어와 쇼핑의 경계를 무너뜨려 ‘미디어 커머스’라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투자자들은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이번 매각이 이 같은 의구심을 해소하는 반전 재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합병 전 CJ E&M은 ‘케이벨리’ 등 그룹의 신사업을 떠맡아 차입금이 증가하는 바람에 콘텐츠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점점 줄어들었다. CJ오쇼핑과의 합병으로 지난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안정적 수준인 85.4%로 떨어졌다.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매각으로 현금을 손에 쥐면 해외 진출과 인수합병(M&A)에 적극 뛰어들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한 펀드매니저는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어떤 엔터사를 인수하더라도 손해 볼 게 없는 상황”이라며 “종합 미디어·콘텐츠 업체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이날 2800원(2.95%) 떨어진 9만2200원에 마감했지만, 올 들어 41.85% 올랐다.최근 CJ ENM은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엔터테인먼트회사를 설립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해외 진출을 위해 현지 엔터사를 M&A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주가는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한 CJ ENM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11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스터션샤인, 프로듀스48, 꽃보다할배 리턴즈 등의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하반기 이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아스달 연대기 등 기대작이 이어진다”며 목표주가를 24만원에서 36만원으로 50% 올렸다.이동훈/최만수 기자 leedh@hankyung.com
KCON(케이콘)이 오는 9월29일부터 이틀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다. KCON이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KCON은 CJ ENM이 매년 세계를 돌며 여는 한류 축제다. 2012년 미국에서 시작해 일본, 프랑스, 아랍에미리트, 멕시코, 호주 등에 진출해 그동안 총 68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KCON 2018 태국’이 열리는 임팩트 아레나는 방콕 내 최대 규모 공연장이다. 브루노 마스, 엘튼 존, 마룬5, 에드 시런, 빅뱅, 방탄소년단 등이 섰다.CJ ENM은 이번 행사에 대해 “동남아 인구는 약 6억5000만 명으로 한국의 드라마, 음악 등 콘텐츠산업을 비롯해 다국적 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차세대 글로벌 시장이자 포스트 차이나”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12년부터 합작투자를 통한 현지 법인 설립 등 현지화 전략을 통해 동남아 시장을 공략해왔다. 특히 태국은 한류의 신시장 개척을 위한 제2 거점 지역이자, 동남아 한류 열풍의 진원지다. 2001년 드라마 ‘가을동화’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400편 이상의 드라마가 방영됐으며 음악시장 규모는 3300억원에 이른다.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GS홈쇼핑은 2009년부터 브랜드명을 GS샵으로 바꿔 쓰기 시작했다. 홈쇼핑 하면 50~60대 주부가 보는 TV란 이미지가 너무 강한 탓이었다. 20~30대 젊은 층이 많이 쓰는 모바일 쇼핑까지 아우르는 새 이름이 필요했다. 모바일 쇼핑이 막 크기 시작할 때였다. 법인명은 그대로 둔 채 홍보나 광고할 땐 꼭 GS샵으로 표기했다. 언젠가 TV를 벗어나 모바일, 디지털 기업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그 시점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올해 2분기 GS홈쇼핑 취급액(반품을 제외한 주문액) 중 모바일이 처음 TV를 앞섰다. 2분기 모바일 취급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3% 급증한 5037억원에 달했다. 전체 취급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2%로 뛰었다. 이에 비해 TV를 통한 취급액은 4548억원, 비중은 40.8%에 그쳤다. 작년 2분기만 해도 모바일 비중은 38.3%로, TV 비중(48.7%)을 크게 밑돌았다.모바일 부문의 선전 덕분에 주가도 뛰었다. 31일 증시에서 GS홈쇼핑은 5.91%(1만1100원) 오른 19만8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부문이 GS홈쇼핑의 전체 성장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GS홈쇼핑의 모바일 비중이 특히 높긴 하지만, 다른 주요 홈쇼핑업체도 비슷하다. CJ ENM 오쇼핑 부문과 현대홈쇼핑의 모바일 비중은 작년 각각 25% 안팎까지 올라갔다. CJ ENM 오쇼핑은 올 1분기 28%까지 상승했다. ‘TV 홈쇼핑’이 ‘모바일 홈쇼핑’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모바일 비중 증가는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모바일 쇼핑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홈쇼핑업체들이 이를 더 유도한 측면도 있다. 방송을 보다가 모바일로 주문하면 할인 쿠폰을 주고 적립금도 더 많이 쌓아줬다. TV 시청이 줄고 홈쇼핑 채널 영향력이 쪼그라들자 모바일을 돌파구로 삼았다. TV에서 번 돈을 모바일에 대대적으로 투입했다. 각 사 모두 ‘디지털 전환’이 화두였다.CJ ENM 오쇼핑 부문은 작년 말 모바일 생방송 ‘쇼크 라이브’를 개국했다. TV 방송과 달리 쇼호스트와 채팅을 통해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스튜디오뿐 아니라 백화점 매장 등 현장에서 방송을 찍기도 한다. 현대홈쇼핑은 인플루언서 전문 엔터테인먼트기업 스타일D에 속한 인플루언서가 홈쇼핑 상품을 써 본 뒤 체험담을 들려주는 ‘리뷰 콘텐츠’를 지난 5월 제작했다. 롯데홈쇼핑도 30~40대 워킹맘을 타깃으로 한 모바일 생방송을 작년 말부터 내보내고 있다.TV 홈쇼핑기업들이 모바일 시장을 적극 공략하면서 업태 간 구분이 무너지고 있다. e커머스(전자상거래)기업 티몬은 작년 9월부터 실시간 방송 ‘티비온 라이브’를 하고 있다. G마켓 11번가 등은 자사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서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등의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