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해양플랜트용 강관 제조업체 스틸플라워는 지난 5월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됐다. 상장폐지에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봤지만 감사보고서만 꼼꼼히 읽었더라도 미리 위험을 감지할 수 있었다는 게 회계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15년과 2016년 감사보고서의 감사의견은 ‘적정’이었지만 이와는 별도로 외부감사인(회계사)이 ‘계속기업으로 존속능력에 불확실성이 있다’는 문구를 ‘강조사항’으로 명기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같이 ‘무늬만 적정’의견을 받은 한계기업이 상장사 중 71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7 회계연도 상장법인 감사보고서 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2155개 상장사의 28.4%에 해당하는 611곳의 감사보고서에 강조사항이 기재된 것으로 집계됐다. 2016 회계연도의 564곳에 비해 47곳 늘었다. 강조사항은 감사인이 투자자 의사결정에 참고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사항에 대해 감사의견과는 별도로 표기하는 내용을 말한다.

강조사항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수주산업에 반드시 명기해야 하는 핵심감사사항(KAM)을 반영한 곳이 266곳으로 가장 많았고 △영업환경 및 지배구조 변화 185곳 △특수관계자 등 중요한 거래 181곳 △회계처리방법 변경 102곳 등이었다.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감사보고서 강조사항에 기재된 상장사도 총 84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1곳보다 3곳 증가했다. 이 기업들은 사실상 재무구조가 부실한 한계기업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특히 스틸플라워와 같이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받았으면서도 계속기업 가치에 불확실성이 있다는 강조사항이 달린 ‘숨은 한계기업’이 71곳에 달했다. 금감원은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강조된 법인의 11.7%가 2년 이내에 상장폐지된 것으로 분석됐다”며 “강조사항에 이 같은 내용이 명기돼 있다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