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에너지 기업인 차이나에너지리저브&케미컬그룹(CERCG) 자회사의 부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보유한 국내 7개 금융사가 공동 채권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홍콩 현지에서 법률 대리인 선임을 논의하는 등 채권 회수를 위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을 비롯해 BNK투자증권, KB증권, KTB자산운용, 골든브릿지자산운용, 부산은행, 하나은행 등 7개 금융사는 CERCG 홍콩 자회사(CERCG오버시즈캐피털)가 발행한 채권을 기초 자산으로 한 ABCP의 부실과 관련해 공동 채권단을 구성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난주 7개사가 모여 채권 추심과 원금 상환 등에 공동 대응하기로 결정했다”며 “홍콩 현지의 법률 대리인을 선임하는 방안을 우선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뭉친 것은 지난 5월 CERCG오버시즈캐피털이 발행한 3억5000만달러 규모 채권이 디폴트(부도)된 게 발단이 됐다. 이 채권을 기초로 국내에 들여온 ABCP에도 크로스디폴트(동반 부도)가 발생했고, 투자했던 국내 증권사·은행은 대규모 손실을 떠안았다. 현대차증권(투자금 500억원), KB증권(200억원), BNK투자증권(200억원), 유안타증권(150억원), 신영증권(100억원) 등 9개사가 1645억원 규모의 ABCP에 투자했다. 채권단 측은 “중국 CERCG와 접촉하려 해도 ABCP 유동화에 참여한 한화투자증권만 국내 사업 파트너라며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신영증권과 유안타증권은 채권단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두 증권사는 “ABCP를 사들였지만 전액 현대차증권이 되사기로 계약을 맺었다”며 현대차증권을 상대로 계약 불이행에 대한 소송을 제기해놓고 있다.

ABCP 만기(11월8일)가 다가오는데도 CERCG가 뚜렷한 자구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투자사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현대차증권은 해당 ABCP 관련 투자금의 45%인 225억원을 2분기에 손실 처리했다. 전단채펀드에 해당 ABCP를 담았던 KTB자산운용은 투자금(200억원)의 80%를 상각 처리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