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닥지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은 좌불안석이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바이오주 움직임에 따라 지수가 크게 흔들리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숲보다 나무를 봐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코스닥시장의 부진이 시가총액 1~10위 중 절반을 차지하는 바이오주 변동성 확대와 관련이 깊은 만큼 정보기술(IT), 엔터테인먼트, 게임 등의 업종에서 실적이 좋은 종목을 골라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코스닥, 숲보다 나무"… ETF 대신 IT·엔터株 투자를
◆급락한 지수형 ETF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간(7월3일~8월3일) 코스닥150지수 상승률의 두 배가량 수익을 낼 수 있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를 756억원어치 사들였다. 수익률이 지수 등락률보다 크게 움직이는 이 ETF 상품은 이 기간 9.48% 손실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가 0.13% 하락하는 동안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닥150지수는 3.21%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의 수익률은 -4.30%였다. 코스닥150지수의 하락률이 코스닥지수보다 더 컸던 것은 바이오주의 시총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코스닥시장은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절반이 바이오주다. 금융당국의 바이오기업 회계감리, 네이처셀 대표 구속, 공매도 급증 등으로 바이오주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이를 추종하는 지수형 ETF의 변동성도 높아졌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아직 바이오 업종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단기적인 반등은 나타날 수 있겠지만 추세적 반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긴 힘들다”고 내다봤다. 이준혁 한화자산운용 밸류운용팀장은 “연초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에 대한 기대로 지수형 ETF에 돈이 몰리면서 바이오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며 “바이오주의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지금은 전체 지수보다 개별 종목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IT·미디어 ETF가 대안

전문가들은 바이오주에 영향을 많이 받는 지수형 ETF 투자보다는 IT, 엔터테인먼트, 게임 등 비(非)바이오업종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코스닥 시장의 한 축인 반도체 장비주는 올해 초 반도체 업황 정점 논란으로 주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반도체 시설 투자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3분기 실적 전망도 ‘맑음’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니테스트, 유진테크 등의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1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하반기 신작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게임주도 저가매수할 기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2분기 게임 업종의 영업이익은 신작 부재와 기존작의 매출 감소 및 마케팅 비용 증가로 전반적으로 증권사 추정치를 밑돌고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다”며 “하반기엔 컴투스, 펄어비스, 위메이드 등에서 대작 출시가 예정돼 있는 만큼 이들 기업에 신작 출시 효과가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업체들이 기존 방송시장을 대체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얻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관련주도 유망주로 꼽힌다. 3분기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엔터주는 에스엠,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아프리카TV 등이다.

변동성이 큰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이들을 담고 있는 업종 ETF도 눈여겨볼 만하다는 게 운용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IT, 게임 업종에 투자하고 싶다면 ‘TIGER코스닥150IT’ ‘KBSTAR 게임테마’ 등이 추천 상품으로 거론된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산업에 투자하는 ETF로는 ‘KINDEX 한류’ ‘TIGER 미디어컨텐츠’ 등이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