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송동 대림산업 사옥. 대림산업 제공
서울 수송동 대림산업 사옥. 대림산업 제공
대림산업이 지난 2분기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지만 주가 상승세가 더디다. 증권가에서도 실적 개선에 따른 단기적인 주가 상승은 있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오름세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향후 주택 신규분양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서다.

3일 오후 2시5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대림산업의 주가는 300원(0.38%) 내린 7만8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림산업은 전날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2조9570억원, 영업이익은 225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액은 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57%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258억원으로 116%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1791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림산업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기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71% 상회하며 실적 서프라이즈 기록했다"며 "지난해 실적 부진의 주요인인 토목부문 원가율이 정상화됐으며 국내외 현장에서 약 800억원의 도급 증액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적 발표 당일 주가 상승폭은 미미했다. 0.25% 소폭 올랐다. 이날은 오히려 하락세로 전환됐다.

주택 신규 분양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는 점이 부정적이다. 지난 2015~2017년 주택 분양은 각각 2만6000호, 2만3000호, 1만7000호로 감소했다. 올해 주택 분양 목표는 약 2만호로 전년(1만6000호) 대비 소폭 증가한 분양 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까지 외형 성장을 견인했던 주택 신규 분양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역성장 리스크가 부각됐다"며 "내년까지는 역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해외수주가 부진하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지적됐다. 지난 6월 이란 이스파한 정유 개선 공사 계약이 무산되면서 2조2000억원 가량 수주 잔고가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시공사로 선정된 GTX-A 관련 수주(약 7400억원)는 4분기 실시협약 이후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상반기 내내 수주가 부진하면서 수주 잔고 감소 기조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해외 수주 부진 등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있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발주처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의 요인으로 9월로 지연된 사우디 마덴 1조원, 국내 주요 화학회사 및 관계사 약 1조원, 국내외 입찰 결과에 대한 수주 실적이 보다 중요해 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 요인이 부각되면서 2분기 실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은 기존 추정치 대로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목표주가를 낮추는 증권사들도 있다. 유안타증권은 목표가를 기존 11만2000원에서 10만2000원으로 하향했다.

김 연구원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에 기반한 단기적인 주가 상승은 가능하겠으나 하반기에 전년 대비 큰 폭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고 소극적인 이란에 대한 미국의 조건부 제재 유예로 이스파한 정유에 대한 파이낸싱이 지연되 해외수주 전략으로 인해 중장기 성장에 대한 부담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추세적인 주가상승을 위해서는 플랜트와 해외부문의 구체적인 수주전략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박형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상반기 주가 흐름은 극단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 2분기 연속 실적 서프라이즈 등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주가의 상승 또는 하락을 떠나 대형 건설업체 중 주가 변동성이 가장 낮으며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관심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