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머스크의 ‘역사상 가장 가치있는 사과’
“나쁜 매너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전의 무례에 대해 사과한다. 최근 주 120시간씩 일을 해 수면 부족이 심각해 탈진한 상태였다”

일론 머스크가 지난 1일 콘퍼런스 콜에서 한 사과입니다. 이 세 문장의 사과는 가치는 얼마일까요.

무려 83억달러(약 9조3700억원)로 나타났습니다.

테슬라는 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주당 48.70달러(16.19%) 오른 349.54달러로 마감됐습니다. 전날 2분기에 7억1750만달러의 손실을 신고해 예상보다 나쁜 실적을 발표했지만 급등한 겁니다.

물론 매출은 40억달러로 44% 증가하고 보유현금도 22억달러로 예상보다 많았습니다. 머스크가 하반기엔 이익을 낼 수 있으며, 추가 자본조달도 필요없다고 밝힌 점도 긍정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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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가 상승의 결정적 요인은 머스크의 진심어린 사과였습니다.

머스크는 어제 콘퍼런스 콜을 애널리스트에 대한 사과로 시작했습니다. 특히 3개월전 1분기 실적 발표 때 본인이 무례를 저질렀던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와 RBC 캐피털의 조지프 스팍 애널리스트를 직접 언급하며 사과했습니다. 그런 뒤 질문에 1시간 동안 성실하게 답변했습니다.

3개월전인 지난 5월2일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당시 그는 사코나기의 재무 상태를 묻는 질문에 “지겹고, 멍청한 질문은 재미없다”고 답변을 거부했고, ‘모델3’ 생산 현황을 묻는 스팍의 질문에는 “그런 질문은 재미없고, 나를 미치게 만든다”면서 갑작스럽게 콘퍼런스 콜을 끝냈었습니다.

머스크의 사과가 시장에 먹힌 건, 테슬라가 사실 머스크에 대한 신뢰를 기반한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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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가인 그를 믿고 수많은 투자자들이 투자해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콘퍼런스 콜에서 애널리스트들과 다툼을 빚고, 최근 태국 동굴에 갇힌 어린이들을 구조한 영국인 다이버를 '소아성애자'라고 부르면서 투자자들은 그의 정신 상태를 걱정해왔습니다.

이는 주가로 나타났습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6월 중순 이후 20%가량 떨어졌었습니다.

머스크가 다시 정상적 판단력을 보이면서, 월스트리트는 테슬라의 CEO가 앞으로 문제되는 행동으로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파이퍼 제프리의 알렉산더 포터 애널리스트는 테슬라 주식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확인하고 “이번 실적이 긍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목표주가는 389달러로 높였습니다. 노무라 인스티넷의 애널리스트 로밋 샤도 “테슬라는 긍정적 실적과 현금 흐름을 안내했다”며 목표주가 450달러를 제시했습니다.

키뱅크의 브래드 에릭스 애널리스트는 “머스크는 지난 분기의 부적절한 행동에 여러 번 사과하는 등 투자자의 믿음과 신뢰성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역사상 가장 가치있는 사과"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