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2일 오후 3시45분

국민연금이 세계 최대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가 영국 런던에 새로 짓고 있는 유럽본사 건물을 단독으로 사들인다. 예상 매입 금액은 10억~15억파운드(약 1조5000억~2조2000억원)로 국민연금의 해외 부동산 투자 사상 최대 규모다.

골드만삭스 런던 사옥 조감도
골드만삭스 런던 사옥 조감도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골드만삭스 유럽본사 건물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국민연금은 본입찰에 참여한 홍콩 CK애셋홀딩스, 스페인계 부동산투자회사 폰테가데아 등과의 경쟁 끝에 우선협상자가 됐다.

런던 패링던스트리트에 건설 중인 이 건물은 7만800㎡에 달하는 사무실 면적에 9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초부터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해왔다.

국내 다른 기관투자가들도 런던 오피스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이 지난 3월 3700억원을 투자해 런던 중심가에 있는 오피스 빌딩 캐넌브리지하우스를 사들인 데 이어 미래에셋금융그룹은 5월 5000억원 규모의 오피스 빌딩 트웬티올드베일리를 인수했다. 6월에는 한국투자증권이 3000억원을 들여 런던 금융가에 있는 70마크레인의 새 주인이 됐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그동안 주로 투자해온 미국 오피스빌딩 시장이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매력이 떨어지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온 영국 부동산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런던 오피스빌딩 가격은 2016년 브렉시트 결정 직후 급락했지만 지난해 다시 정점을 찍었다. 브렉시트 이후 건물 공급은 줄어든 반면 임차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한 위워크 등 공유오피스가 확산하면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골드만삭스가 낼 임대료와 건물 가격을 놓고 최종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달 안에 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골드만삭스가 초장기로 임차하는 조건을 내걸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내년 초 입주 예정인 골드만삭스는 남는 사무실 공간 임대도 책임진다.

골드만삭스는 건물 매각 대금을 투자은행(IB) 등 핵심 사업에 투입하기 위해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가 오르고 있는 만큼 사업을 통해 임대료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연금은 10여 년 전부터 해외 주요 도시의 랜드마크 빌딩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렴한 가격에 사들인 영국 런던의 HSBC 본사, 독일 베릴린 소니센터, 미국 뉴욕 헴슬리빌딩을 팔아 각각 원금의 1.5~2배 수익을 올렸다. 최근에는 호주 멜버른 항구(2015년), 영국 고속철도 하이스피드1(2017년) 등 인프라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장기간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받을 수 있어서다.

국민연금은 투자 자산을 다변화하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지난 4월 말 현재 국민연금의 해외 대체투자 규모는 45조3831억원으로 전체 운용자산(634조5930억원)의 7.2% 수준이다. 기금운용 계획상 올해 말 목표인 7.6%(49조8024억원)를 약간 밑도는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부터 해외대체실장 직무대리를 맡아온 최형돈 해외사모팀장을 지난 1일 해외대체실장으로 승진 발탁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