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범위 안에서 등락을 거듭하면서 박스권 상·하단을 서서히 높여가는 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박’은 어렵지만 치고 빠지는 트레이딩 전략으로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주가 흐름과 실적 전망 등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주가 방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초보자들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종목들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출렁거리며 야금야금 오르는 '화·금·철'
◆화학·금융·철강에 관심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대표적 업종은 화학(정유 포함)·금융·철강이다. 2일 19만1000원에 마감한 SK이노베이션은 올 들어 18만~22만원 범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조정을 받아 박스권 하단까지 내려갔다가도 1개월 이내에 상단까지 회복되는 패턴을 보였다.

19만원 안팎에서 투자해 21만원 언저리에서 파는 전략을 실행했다고 가정하면 2월7~26일(19만500원→20만9000원·수익률 9.71%), 7월2~26일(18만8000원→20만2000원·7.44%) 두 차례에 걸쳐 총 17.15%의 수익을 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외 공모펀드 수익률과 비교해보면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조사 대상 1625개 펀드 중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철강과 금융업종 ‘대장’인 포스코KB금융도 비슷한 모습이다. 포스코는 29만~40만원, KB금융은 5만1000~7만원에서 등락하고 있다. 다만 KB금융은 올해만 놓고 보면 이동평균선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운용책임자(CIO)는 “롱 온리(매수 일변도) 전략에 익숙한 개인투자자들은 박스권 상·하단이 낮아지는 종목은 오르는 종목에 비해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장기 상승 종목 노려야”

이들 업종 내 ‘간판’ 종목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박스권 상·하단을 높여왔다는 점도 매력포인트로 꼽힌다.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중국발(發) 철강 공급과잉 여파로 큰 폭의 조정을 받다가 2016년 초 15만원대에서 저점을 형성한 포스코는 지난 2월 장중 4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 기간 상승률은 연평균 80%대에 달한다.

이런 종목들은 “낙폭이 과도하다고 판단될 때마다 조금씩 사모으면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최웅필 KB자산운용 상무)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 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투자가 실제 사례다. 이들은 회사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을 때 주가부양 목적으로 자사주에 투자해 대부분 안정적 수익을 올렸다.

작년 12월 취임한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지난 3월9일 주당 1만5650원에 우리은행 5000주(7825만원)를 매입했다. 같은 달 27일 주당 1만5150원에 5000주(7575만원), 4월9일엔 1만3950원에 5000주(6975만원)를 샀다. 우리은행은 2일 1만6750원에 장을 마쳤다. 손 행장의 평균 매입단가(1만4916원)보다 12.29% 높은 금액이다.

◆업황·실적 전망 좋아

화학·금융·철강업종의 업황 전망도 나쁘지 않다. 상반기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마진 축소로 어려움을 겪었던 화학업종은 최근 유가 상승세가 진정되면서 ‘파란불’이 켜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화학업종으로 분류한 17개 종목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모두 합치면 8조2540억원으로, 작년(8조1267억원)보다 1.56% 증가할 전망이다.

금융업종은 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확대가, 철강업종은 중국의 생산설비 구조조정이 각각 호재로 꼽힌다. 은행업종 내 9개 종목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총 14조4659억원으로, 작년(12조5867억원)보다 14.93% 많다. 철강업종 내 시가총액 1위인 포스코는 지난해(4조6218억원)보다 18.0% 증가한 5조4531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투자 대상 종목이 그동안 꾸준하게 이익창출 능력을 보여줬는지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개 업종에서 최근 3년(2015~2017년)간 매년 10% 이상의 자기자본이익률(ROE:순이익/자기자본)을 올린 기업은 롯데케미칼 에쓰오일 대한유화 키움증권 한솔케미칼 메리츠종금증권 후성 등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