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약품이 지난해 기술이전한 신약후보물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후 급등세를 타고 있다.영진약품은 20일 오전 유가증권시장에서 830원(9.45%) 오른 9610원을 기록 중이다. 전날 스웨덴 뉴로바이브에 기술이전했던 신약후보물질 ‘KL1333’이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으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KL1333은 유전적 미토콘드리아 이상 질환 치료제다. 희귀의약품 지정에 따라 제품 허가 과정에서 FDA의 자문 등 지원을 받게 되고, 빠른 시판 허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미국에서 신약 출시시 7년간 시장 독점권한도 갖게 된다.지난해 5월 영진약품은 KL1333의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독점권을 뉴로바이브에 이전했다. 현재 개발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영진약품 관계자는 “뉴로바이브와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해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지난 9일 영진약품 주주총회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의결권이 있는 전체 지분(50.55%)의 25%를 확보해야 했지만, 23.8% 확보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섀도보팅(주총에 불참한 주주들도 참석주주의 찬성·반대 비율대로 투표한 것으로 간주)’제도가 폐지되면서 주총 안건 통과가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감사 및 감사위원을 선임할 땐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돼 있어 나머지는 소액주주로 채워야 한다. 영진약품 최대주주 KT&G(52.45%)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측은 소액주주의 주총 참석을 독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영진약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상장사들이 ‘의결정족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소액주주 찾아 3만 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섀도보팅 제도가 없어질 경우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었지만 아무런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전자투표 제도가 활성화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전자투표로 주권을 행사한 주주는 2.2%(주식수 기준)에 불과했다.섀도보팅 폐지 취지는 대주주의 독단적 경영권 행사를 막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평균 주식 보유기간이 유가증권 상장사는 약 6개월, 코스닥은 약 2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석 유인은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이제라도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주주 의결권 3% 제한’과 의결정족수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 중국,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등은 의결정족수 규제 자체가 없다. 섀도보팅제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장기투자자에게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제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익성과 주주가치 제고에 힘써야 할 상장사가 주총 개최를 위해 주주들을 모으러 다니는 데 시간을 낭비해서야 되겠나.
지난해 말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제도)이 폐지(일몰)되면서 상장기업의 ‘주총 대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조짐이다. 영진약품을 시작으로 최소한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감사(위원) 등을 선임하지 못하는 상장사가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감사 선임 때는 대주주 지분을 최대 3%만 인정하기 때문에 대주주 보유 지분이 많고, 주총장에 잘 나오지 않는 소액주주 비중이 높을수록 정족수 미달 가능성이 커진다.◆“임시 주총 다시 열어봤자…”영진약품은 9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 위원 세 명을 재선임하는 데 실패했다. 전체 발행 주식(1억8289만 주)의 61.45%가 주총에 참석했지만 ‘의결권 있는 전체 주식의 25% 이상 찬성’ 요건에 미달하면서 감사위원 선임안이 부결됐다.감사위원 선임을 가로막은 건 3%룰이다. 대주주 전횡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감사 또는 감사위원 선임 때는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다. 영진약품 대주주인 KT&G의 지분율 52.45% 중 3%만 효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통과되려면 의결권 지분 50.55%(대주주 3%+소액주주 47.55%) 가운데 25%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발행주식 중 12.64%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이날 영진약품 주총의 감사 선임 안건 처리에 참가한 의결권 지분은 12%로 정족수에 미달했다. 찬성 주식 수 기준으로는 1.8%포인트 미치지 못했다. 영진약품은 이 같은 사태를 우려해 2주 전부터 영업직원 100여 명을 동원해 전국에 있는 소액주주를 만나도록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날 주총장에 나타난 소액주주(전체 인원 약 5만 명)는 17명에 불과했다.회사는 임시주총을 열어 다시 감사위원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 회사 관계자는 “영업 손실을 감내하고 총력전을 벌였는데도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며 “임시주총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대주주 지분 높으면 감사 선임 때 불리올해 정기주총 시즌의 막이 오르자마자 감사위원 선임 안건 부결 사태가 벌어지면서 앞으로 감사(위원) 선임에 어려움을 겪는 상장사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영진약품처럼 기관투자가 비중이 낮거나 거의 없고, 소액주주가 많을수록 감사 선임은 힘들어진다.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12월 결산 상장사 중 소액주주 지분율이 75% 이상으로 높은 115곳이 의결정족수 부족에 따른 주총 안건 부결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관 보유 지분이 많지 않고 소액주주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코스닥 상장사들은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상장사들은 소액주주의 주총 참석률을 높이지 못하는 데는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주주 의결권은 매년 말 기준으로 생기는데,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단타 매매로 손바뀜이 잦아 의결권을 위임받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 투자자들의 주식 평균 보유 기간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약 6개월(186일), 코스닥 상장사는 약 2개월(63일)에 불과하다. 의결권 기준과 주총 개최에 통상 3개월의 시차가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주식을 이미 매도한 주주들은 의결권이 있더라도 주총 안건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며 “주주들의 주소도 실제와 다른 사례가 적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