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정점 논란으로 올 상반기 주가가 많이 내린 반도체 장비주가 다시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견고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대규모 반도체 시설 투자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장비주도 한국과 중국에서의 설비투자 확대로 실적 개선과 주가 반등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겹호재에 웃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株
◆반도체 투자 재개에 반등하는 장비주

31일 코스닥시장에서 반도체 장비업체인 테스는 900원(3.77%) 오른 2만4750원에 마감했다. 지난 26일부터 나흘 연속 상승해 이 기간 총 24.1% 올랐다. 원익IPS(19.8%) 테스나(13.4%) 유진테크(12.7%) 테크윙(12.7%) 한미반도체(10.5%) 등도 지난 나흘간 큰 폭으로 상승했다.

SK하이닉스가 26일 사상 최대 2분기 영업이익(5조5739억원)을 발표하고, 27일 경기 이천공장 증설에 3조4855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것이 계기가 됐다. 공장에 들어갈 생산 장비까지 합하면 투자 금액은 15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시설투자는 2015년 발표한 경영계획의 일환”이라며 “일정 차질 없이 투자가 진행되면서 반도체 투자 급감에 대한 시장 우려가 한층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1일 나온 삼성전자 2분기 실적(확정치)도 반도체 장비주 반등에 불씨가 됐다. 이날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11조6100억원으로 1분기에 이어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고 발표했다. 콘퍼런스콜에선 “업계의 공급 확대 노력에도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며 업황 고점 논란을 일축했다. 삼성전자가 정부의 일자리·투자 확대 요구에 부응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곧 수조원대 반도체 시설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전경대 맥쿼리투신운용 주식운용실장은 “반도체 장비주는 실적은 꾸준히 좋았지만 계속된 업황 논란으로 투자자에게 외면받았다”며 “그동안 주가가 크게 내린 만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대규모 시설 투자를 계기로 크게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中 OLED 투자, 디스플레이주에 기회

디스플레이 장비주도 증권가에서 재조명받고 있다. 한국과 중국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중국 광저우공장에 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 BOE, GVO, 에버디스플레이 등도 2019년 양산을 목표로 OLED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OLED를 생산하는 국가는 시장점유율 0.1%인 일본 JOLED를 제외하면 한국이 유일하다”며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OLED 투자 확대는 국내 중소형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에 커다란 시장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과 중국 패널 업체에 모두 장비를 공급하는 DMS, 미래컴퍼니, 비아트론, 신성이엔지, 에스에프에이, 참엔지니어링 등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 기술주가 급락했지만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주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액티브운용실장은 “미국 나스닥에서 반도체와 OLED 장비주는 꾸준히 우상향했다”며 “국내 관련주도 ‘따라잡기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보기술(IT) 하드웨어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이 약 50%에 달하는 대만 자취안지수도 사상 최고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임근호/최만수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