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올해의 상장 대어’ 후보였던 교보생명이 마침내 기업공개(IPO) 추진을 공식화한 건 2021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돼 필요한 자본확충 금액이 구체화됐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2012년 자사 지분을 사들인 투자자에게 2015년 9월까지 상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새 회계기준을 도입할 때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와 방식을 확정하지 못해 IPO를 추진할 수 없다”는 논리로 상장을 미뤄왔다.
7년 만에 IPO 약속 지키는 교보생명… 단숨에 시총 7조 이상 상장사 반열에
◆“상장 통해 자본확충 나선다”

교보생명은 지난 27일 이사회에 IPO와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통한 5조원 규모의 자본확충 계획을 보고했다. 교보생명은 IFRS17 도입에 대비한 자본 조달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년간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 JP모간 NH투자증권 등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다.

올초 새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초안이 확정되자 교보생명은 지난 3개월간 추가로 필요한 자본 규모를 추정했다. 보험료율 등의 변수에 따라 최소 2조원, 최대 5조원 이상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필요한 자금 규모가 확정되자 IPO 계획을 공식화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상장 공모금액만으로 5조원을 끌어모으기 힘들기 때문에 영구채 발행을 병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IPO에 성공하면 교보생명은 2012년 지분을 매각한 지 7년 만에 ‘상장 약속’을 지키게 된다. 교보생명은 2012년 지분 24%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IMM PE, 베어링PE,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에 1조2054억원에 팔면서 2015년 9월까지 상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지분을 되사주는 내용의 풋옵션 계약도 달았다.

◆“시총 기준 3위 상장 보험사 될 듯”

교보생명이 기업을 공개하면 단숨에 시가총액 7조원이 넘는 중대형 상장사 반열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투자자들이 지분을 사들일 때 평가한 교보생명 기업가치는 5조225억원이었다. 2012년 15조원이었던 이 회사 매출은 지난해 26조원으로 73%, 6137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9534억원으로 55% 불어난 만큼 기업가치는 7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게 시장 분석이다.

삼성생명에 이어 2위 생명보험회사 한화생명의 시가총액은 4조4903억원(31일 종가 기준)이다. 교보생명은 한화생명보다 매출은 10조원가량 적지만 더 많은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어 한화생명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IB업계는 내다봤다.

시가총액을 7조원으로 가정하면 상장 보험사 중에선 삼성생명(19조원) 삼성화재(13조원)에 이어 세 번째 규모가 된다. 전체 금융회사로 범위를 넓히면 KB금융(22조원) 신한지주(21조원) 하나금융지주(14조원) 우리은행(11조원) 기업은행(9조원) 등에 이어 8위권이다.

교보생명은 지급여력(RBC)비율을 높이고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계열사인 교보증권(지분 51.63% 보유)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교보증권은 지난 12일 공시에서 “대주주인 교보생명은 지분 지속보유, 합작회사 추진 또는 지분 매각 등을 통상적 수준에서 검토 중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