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에도… LG전자, 고점서 30% 떨어진 까닭
LG전자가 올 상반기 사상 최대 매출·영업이익 기록을 세우고도 하락세를 보여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무더위에 에어컨 매출이 늘면서 가전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고질적인 휴대폰 사업 적자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800원(1.05%) 내린 7만5200원에 마감했다.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지난 27일 공시한 뒤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 회사의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0조1424억원, 1조878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2%, 18.5% 늘어났다.

좋은 실적에도 시장 반응은 좋지 않다. 외국인은 지난 10일 이후 LG전자를 15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13일 고점이었던 11만3500원보다 33.7% 하락했다.

이원식 신영증권 연구원은 “마케팅 비용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휴대폰(MC) 사업부 적자가 예상보다 확대되자 실망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MC 사업부는 2015년 1196억원, 2016년 1조259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작년에 적자규모를 2132억원까지 줄이자 곧 흑자전환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올 들어 다시 적자폭이 커지자 실망한 외국인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전자 MC 사업부는 2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8.9% 증가한 185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기대를 걸었던 자동차부품(VC) 사업도 1년 전보다 늘어난 32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예상보다 부진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동차부품 사업의 양적, 질적 도약 시기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연초 실적개선 기대에 올랐다가 하반기에 실망스러운 실적에 하락하는 LG전자 특유의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달 들어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신영증권, KTB투자증권 등 10개 증권사가 LG전자 목표주가를 낮췄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LG전자의 목표주가를 10만5000원으로 올렸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 오스트리아 전장업체 ZKW가 연결실적에 편입되고 내년 상반기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