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광세' 도입 논란
제주도가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관광세 성격의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추진하면서 지역사회와 관련 업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지역에선 환경 훼손 등 관광객 증가로 인한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광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호텔과 여행 등 관련 업계는 가격 경쟁력 약화에 따른 관광객 감소를 우려하며 관광세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도는 한국지방재정학회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20년부터 숙박료와 전세버스, 렌터카 사용료에 1500~1만원의 환경보전기여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을 찾는 관광객 증가로 인한 문제는 물론 앞으로 새로운 관광자원과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관광세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광세는 환경과 관광자원 보전을 위해 지역을 방문하는 여행자에게 일정액을 부과하는 세금이다. 호텔, 박물관 등 주로 시설 이용료에 부과하는 관광세는 유럽, 미주 등에서 환경세, 숙박세, 호텔세, 도시세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 유럽에선 숙박세와 도시세 형태의 관광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뉴욕과 라스베이거스, 샌디에이고 등 대부분 지역에서 15~20%의 호텔세를 부과하고 있다. 몰디브는 2014년부터 관광객 한 명당 하루 3달러의 환경세를 물리고 있다. 일본에서도 최근 관광세를 도쿄와 오사카 외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관광세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 왔다. 제주도는 1979년부터 입도세 형태의 관광세 도입을 추진했다. 서울시는 2015년 서울연구원을 통해 체류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최근 서울에선 북촌 한옥마을 등에서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주민 피해가 커지면서 관광세 도입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여행·호텔 등 관련 업계에선 관광세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적잖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관광세가 숙박료와 시설 이용료 등에 부과돼 관광객의 비용 부담을 늘리고 이로 인해 관광객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제주에 있는 한 여행사 대표는 “저비용항공사 노선이 늘면서 국내여행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관광세 부담까지 가중돼 업계가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