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페이스북이 급락했다는 소식에 국내 투자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외 직접 투자가 늘면서 페이스북 주가 하락에 타격을 입는 투자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업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페북 쇼크'에… 떨고 있는 직구족·펀드투자자들
◆악몽으로 변한 페이스북 투자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까지 국내 투자자의 페이스북 누적 순매수 금액은 1억494만달러(약 1175억원)에 달한다. 아마존(8534억원) 알리바바(3219억원) 알파벳A(2999억원) 엔비디아(2870억원) 넷플릭스(1353억원)에 이어 한국인이 여섯 번째로 많이 산 미국 주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와 수수료를 많이 받으려는 증권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지난해부터 해외 직접 투자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25일까지만 해도 해외 직접 투자자에게 ‘효자’였다. 이날까지 연초 이후 수익률은 23.3%에 달했다. 그러나 26일 페이스북이 다소 부진한 2분기 실적과 함께 비관적인 성장 전망을 내놓으면서 악몽이 닥쳤다. 페이스북 주가는 이날 19% 떨어진 176.26달러에 마감했다. 시간 외 거래에서 추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연초 이후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국내 해외 주식 커뮤니티에선 “믿었던 페이스북에 발등이 찍혔다”는 한탄이 쏟아졌다. 한 개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해 대신 페이스북 등 미국 정보기술(IT)주에 3000만원 넘게 투자했다”며 “성장에 대한 믿음이 컸던 만큼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 미국 IT주 투자 크게 늘어

미국 IT주나 글로벌 4차 산업혁명주에 투자하는 해외주식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가 점차 늘고 있다. ‘피델리티 글로벌 테크놀로지(클래스A)’ 펀드가 지난 1년 동안 21.35%, ‘미래에셋 글로벌 그로스1(클래스A)’ 펀드는 18.95% 수익률을 올리는 등 대체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페이스북처럼 갑작스레 주가가 하락하는 기술주가 많아지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달 초 테슬라가 이틀 만에 10% 가까이 떨어졌고, 지난 17일에는 가입자 증가율이 예상에 못 미친 넷플릭스가 하루에 5% 넘게 하락했다.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은 검색, 광고, 동영상, 클라우드, 전자상거래 등 수익원을 다변화하면서 2분기에도 호실적을 냈으나 높은 성장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국내 인터넷주, 영향 우려

페이스북 주가 급락이 당장 국내 인터넷 기업 투자 심리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는 하락세로 출발했지만 마감 시에는 전날과 같은 75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는 2000원(1.70%) 오른 11만9500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인터넷주의 성장 둔화 우려가 확산되면 국내 인터넷주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인터넷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흔히 미국 IT 기업에 견줘 평가받는다”며 “페이스북에 부여했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 순이익) 배수가 낮아지면 그만큼 국내 기업에 적용하는 PER 배수도 낮아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페이스북 PER은 24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네이버 PER은 현재 32배, 카카오는 75배로 페이스북보다 높다. 안 연구원은 “네이버가 인건비와 투자비가 늘어 실적이 안 좋은데도 최근 주가가 오른 것은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며 “페이스북처럼 성장 둔화 신호가 나타나면 실망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