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5~6%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중위험·중수익 추구 투자자들이 파생상품을 활용해 설계한 구조화 상장지수증권(ETN)에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꼽히는 주가연계증권(ELS)에 비해 환금성이나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구조화 ETN의 선두주자인 한국투자증권의 ‘양매도 ETN’이 인기를 끌면서 다른 증권사도 속속 비슷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구조화 ETN에 꽂힌 '중위험 중수익' 투자자들
◆구조화 ETN에 쏠리는 눈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투증권 TRUE 코스피 양매도 ETN의 이날 기준 투자자보유 지표가치금액은 6112억원이다. 투자자보유 지표가치 금액은 증권사가 발행한 ETN 가운데 실제 투자자에게 팔려나간 액수를 뜻한다.

지난해 말(1473억원)에 비해 4배 이상 ‘덩치’를 키웠다. 올 들어 상장지수펀드(ETF)와 ETN을 통틀어 가장 많이 불어났다. 김연추 한국투자증권 투자공학부 팀장은 “지난해 말부터 KEB하나은행 등 은행에서 신탁상품으로 가입하는 투자자가 빠르게 늘었다”며 “시장이 횡보할 때도 수익을 낼 수 있어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TRUE 코스피 양매도가 인기를 끄는 건 연 5~6%가량 수익을 안정적으로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이 상품은 매월 옵션 만기일에 외가격(OTM)이 5%인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한다. 5% OTM 콜옵션을 매도한다는 것은 한 달 뒤 옵션 만기일에 지금 지수보다 5% 비싼 가격에 지수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상대방에게 판다는 뜻이다.

옵션만기일에 지수가 5%보다 더 많이 오르면 콜옵션을 산 사람은 원래 약속한 가격에 지수를 사들여 차익을 남기고, 그보다 덜 오르면 지수를 사들일 권리를 포기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렇게 되면 콜옵션을 매도한 투자자는 옵션 프리미엄을 남길 수 있다.

양매도 전략은 이런 식으로 콜옵션과 풋옵션을 모두 매도해 양쪽에서 옵션 프리미엄을 남긴다. 한 달 뒤 지수가 지금보다 5% 이상 빠지거나 오르지 않으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 손실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환금성 높은 절세상품

6개월에 한 번 돌아오는 조기상환 기회에 상환에 실패하면 최장 3년까지 투자금이 묶이는 게 최대 단점인 ELS와 달리 필요할 때 언제든 환매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ETN은 ETF처럼 증시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ETF는 자산운용사가 운용하고, ETN은 증권사가 수익률을 보증한다는 점만 다르다.

수익에 대한 과세를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ELS 등 금융투자상품 투자로 얻은 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반면 구조화 ETN처럼 옵션 프리미엄으로 얻은 금융소득은 과세 대상이 아니다. 임상백 삼성증권 ETN 파트장은 “ELS 투자자들은 의도치 않게 투자기간이 길어져 수년치 수익금을 한꺼번에 받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불만으로 꼽았다”며 “구조화 ETN은 과세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양매도 ETN이 시장에서 관심을 끌면서 다른 증권사들도 속속 ‘정기예금+’ 수준의 중수익을 노릴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삼성증권이 선보인 ‘삼성 코스피 풋매도ETN’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양매도 ETN과 전략이 비슷하지만 콜옵션과 풋옵션을 모두 매도하는 양매도 상품과 달리 풋옵션만 매도한다. 임 파트장은 “지난해처럼 증시가 빠르게 상승할 때는 콜옵션을 매도하면 손실이 났다”며 “증시가 한 달에 3% 이상 크게 하락하면 손해를 보지만 상승장에서는 손실을 내지 않도록 설계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등도 비슷한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