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소속 증권사들의 영향력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25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4대 금융지주와 계열 증권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증권사들의 순이익과 그룹 내 기여도가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거래대금이 증가하며 위탁매매 수입이 늘고, 투자은행(IB)부문이 성장한 데 따른 것이다.

◆순이익 증가율 1위는 신한금투

금융지주 소속 증권사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곳은 신한금융투자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의 순이익은 올해 상반기 18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9% 늘었다. 2016년 순이익(1154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그룹 내 비중도 지난해 7.26%에서 10.20%로 증가했다. 2년 전(4.16%)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커졌다. 하나금융투자(83.5%·상반기 순이익 증가율)와 KB증권(67.9%)도 이익이 크게 늘었다.

영향력 커진 금융지주 증권사들
그룹 내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증권사는 NH투자증권이 꼽혔다. 아직 농협금융지주의 상반기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NH투자증권의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어 30% 이상의 순이익 비중을 유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24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37% 늘었다.

하나금융투자의 순이익 기여도는 지난해 7.18%에서 8.16%로 증가했다. KB증권이 그룹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98%로 지난해 8.20%에서 소폭 감소했다. 증권의 순이익은 늘었지만 은행이 더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여도는 줄었다.

◆위탁매매·IB 동반 성장

영향력 커진 금융지주 증권사들
상반기 주식 거래대금이 늘어난 것이 증권사들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식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5조6210억원이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5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9조570억원)보다 72.5% 급증했다.

새로운 수익원으로 꼽히는 IB부문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유상증자, 인수금융 등 전통적 IB부문뿐 아니라 국내 부동산(나인원 한남) 브리지론(임시 자금대출)과 해외 부동산(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빌딩)을 재판매하는 등 부동산 금융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판교 알파돔시티빌딩을 기초자산으로 한 신한알파리츠를 주관하는 등 글로벌&그룹 투자은행(GIB) 사업부문이 성장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모바일 플랫폼인 토스와 협업해 50만 명 이상의 새 고객을 모집했고, 직접 운용하는 헤지펀드를 강화해 운용잔액이 2조원에 육박하는 등 신규 사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반기 글로벌 경기둔화가 뚜렷해지면 증권업의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과 내수경기 위축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 추세로 최근 위탁매매 수익, 주가연계증권(ELS) 발행물량, 상품운용수익 등이 감소하고 있다”며 “대체투자, IB 등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