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에 일반 투자자가 비교적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사모투자 재간접펀드’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갈등,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국내외 증시가 출렁이자 롱쇼트 전략, 메자닌 전략 등 중위험·중수익형 운용전략을 바탕으로 안정적 성과를 내는 헤지펀드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헤지펀드는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을 넘고 펀드당 모집인원이 49명까지로 제한돼 있어 여윳돈이 많지 않은 일반 투자자에게는 문턱이 높다. 사모 재간접 펀드는 이런 헤지펀드 여러 개를 공모펀드의 바구니 안에 담아 공모형으로 나온 펀드다. 헤지펀드 최소 가입금액의 20분의 1인 500만원으로도 가입할 수 있다.
"나도 500만원으로 헤지펀드 투자해볼까"
사모 재간접펀드 ‘조용한 돌풍’

22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사모 재간접펀드 두 개의 순자산은 6월부터 지난 20일까지 651억원 늘어났다. 국내 1호 사모 재간접펀드인 ‘미래에셋 스마트 헤지펀드 셀렉션 펀드’로 609억원 상당의 자금이 몰렸다.

증시 조정 장기화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이 펀드는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순자산이 300억원을 밑돌았다. 하지만 지난 2월 글로벌 증시 조정 이후 국내 증시가 불안정한 장세를 이어간 4월 말부터 계단식으로 상승하더니 5월 초 560억원 선이던 덩치를 지난 20일 1353억원까지 단숨에 불렸다. 국내 증시가 이른 시일 안에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작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개미 투자자의 자금이 몰렸다.

이 펀드는 최근 한 달간 -0.65%로 소폭 손실을 냈다. 최근 한 달간 코스피지수가 3.16% 떨어지고 MSCI 세계지수도 0.36% 상승하는 데 그친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최근 석 달간 1.66%, 6개월간 3.31% 수익을 냈다.

한국형 헤지펀드 가운데 선별한 상품들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지난 3월 말 자산운용보고서 기준으로 ‘미래에셋 스마트Q 토탈리턴 전문사모 1호’(13.9%), ‘교보악사 매그넘1 전문사모 투자신탁’(9.6%), ‘지브이에이 Fortress-A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8.58%) 등을 높은 비중으로 편입하고 있다.

국내 2호 사모투자 재간접펀드인 ‘삼성 솔루션코리아 플러스알파 펀드’ 순자산도 6월 이후 42억원가량 늘어 지난 20일 기준 225억원으로 규모를 키웠다. 지난 1월 출시된 뒤 3월 초까지만 해도 설정액이 100억원대에 머물렀지만 점차 증가했다. 이 펀드는 최근 한 달간 -0.07%, 석 달간 -2.01%, 6개월간 -0.39%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신한BNPP·KB·라임 등 출격 대기

사모 재간접펀드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다음달 중순 업계 세 번째로 상품을 내놓는다. KB자산운용도 사모 재간접펀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공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하기 위해 금융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사모펀드업계의 강자 라임자산운용도 공모펀드 운용사로의 전환에 성공하면 사모투자 재간접펀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펀드업계는 사모 재간접펀드 수가 늘고 자금 유입도 활성화하면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공·사모 시장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