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 고갈 시기를 늦추는 방법 중 하나는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올 상반기 국내 증시에서만 9조원가량의 평가손실을 입는 등 수익률마저 깎아먹었다.

추락하는 국민연금 수익률… 1%P 떨어지면 고갈 5년 빨라져
기금 적립금 635조원을 운용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올 상반기 기금운용 수익률은 0.5%로 추산된다. 국내 주식투자에서는 손실을 냈지만 해외 주식투자 등에서 간신히 만회했다. 올해 상반기 수익률은 작년 상반기(5.72%)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1988년 국민연금 출범 이후 지난 30년간 연평균 누적 수익률(5.45%)을 크게 밑돈다. 이대로라면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0.18%) 후 최악의 투자수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금운용 성적이 나빠지면 기금 고갈 시기가 더 빨라진다. 기금운용 수익률이 연 1%포인트만 떨어져도 고갈 시기가 5년 앞당겨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5년 감사원의 국민연금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기금운용 수익률이 2%포인트 떨어지면 수지 적자 발생 시점과 소진 시점이 각각 6년, 9년 앞당겨진다. 수익률이 3%포인트 하락하면 적자 발생 시점은 8년, 고갈 시점은 11년 앞당겨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분석은 기금운용 수익률이 2015년 6.8%, 2016년엔 7.2%에 달할 것이란 가정을 근거로 했다. 국민연금의 실제 투자성적은 2015년 4.57%, 2016년 4.75% 등 정부 예측을 밑돌았기 때문에 고갈 시점이 더욱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수익률이 급락하고 글로벌 투자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운용전략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국민연금에는 전략을 새로 짤 컨트롤타워조차 없다. 최고투자책임자(CIO) 자리는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사임한 뒤 1년 동안 비어 있다. 기금운용본부에서 자산별 투자를 책임지는 실장급 여덟 자리 가운데 세 자리도 공석이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