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위안화發 금융위기 가능성과 원화 가치 급락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마찰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의 ‘유커 윔블던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유커 윔블던이란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자국 선수인 영국인보다 외국 선수가 우승하는 횟수가 더 많은 것에 빗대어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인인 한국보다 중국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최소자승법, 벡터자기회귀 등으로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지수와 상하이종합지수 간 상관계수를 구해보면 0.45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의 상관계수보다 1.5배 이상 높게 나온다. 같은 기간 위안화와 원화 간 상관계수는 무려 0.60에 달한다. 주식시장보다 외환시장에서 유커 윔블던 현상이 더 심하다는 의미다.

주목해야 할 것은 미·중 간 마찰이 본격화한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원화와 위안화 간 상관계수가 더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12월 원화와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된 토대 위에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대발산(GD: great divergence)’이 재현된 것도 원인이다.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위안화發 금융위기 가능성과 원화 가치 급락설
1990년대 중반 GD가 처음 발생했을 당시 상황을 보면 독일 분데스방크는 금리를 연 5.0%에서 4.5%로 내렸다. 같은 시점에 Fed는 연 3.75%에서 4.25%로 인상한 후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연 6%까지 올렸다. 1995년 4월에는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한 ‘역플라자 합의’ 이후 달러 강세를 용인하는 ‘루빈 독트린’ 시대도 전개됐다.

Fed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로 미국 경제는 ‘외자 유입→자산가격 상승→부(富)의 효과→추가 성장’ 간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면서 ‘신경제’와 ‘슈퍼 달러’ 시대를 맞았다. 반면 신흥국은 자금 이탈에 시달리면서 1994년 중남미 외채위기, 1997년 아시아 통화위기, 1998년 러시아 국가채무 불이행 사태까지 이어지는 ‘그린스펀-루빈 쇼크’로 어려움을 겪었다.

미·중 간 무역마찰은 쉽게 타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 주도권 싸움인 데다 경제발전 단계 차이가 워낙 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쉽게 줄어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스트롱맨인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입장에서도 밀리면 정치 생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 또한 부담이다.

미·중 간 무역마찰로 가장 우려되는 부작용은 세계 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GVC란 ‘기업 간 무역(inter firm trade)’과 ‘기업 내 무역(intra firm trade)’을 말한다. GVC가 약화되면 세계 교역량이 위축돼 중국, 한국과 같은 수출지향적인 국가일수록 타격을 받는다.

중국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통상 요구에 적극적으로 맞대응하면서 대내적으로는 지급준비율 인하, 위안화 약세 유도 등으로 완충 장치(airbag)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초 달러당 6.2위안대까지 강세를 보였던 위안화 가치가 최근 6.8위안대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갈 정도로 급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제2 루빈 독트린’이라 불리는 ‘커들러 독트린’ 시대가 전개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달러 가치는 ‘머큐리(Mercury)’로 표현되는 펀더멘털 요인과 ‘마스(Mars)’로 지칭되는 정책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미국 경제는 당분간 성장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출범 초 약(弱)달러 정책은 무역적자 축소에 도움이 안 돼 강(强)달러 정책으로 바뀌었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잠복했던 위안화발(發) 금융위기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에서 금융위기가 일어난다면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될 것인가 아니면 ‘위기 축소형’으로 수렴될 것인가는 두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하나는 레버리지 비율이 얼마나 높으냐와, 다른 하나는 투자 분포도가 얼마나 넓으냐 하는 글로벌 정도에 좌우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된 것은 위기 주범이었던 미국 금융회사의 이 두 지표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중국은 두 지표 모두 낮은 편이다. 최근 우려대로 위안화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미국식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될 소지는 작다.

그 대신 위기 비용을 중국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JP모간이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이 큰 국가를 ‘취약 5개국(F5: Fragile 5)’, 모건스탠리가 중국 문제로 충격이 큰 국가를 ‘투자불안 10개국(T10: Troubled 10)’으로 구분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T10’의 대표국가다. 한국 정부의 정책 대응과 투자자의 전략은 이 점에 초점을 맞춰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