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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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주가 미국의 쿼터(수입량 할당)제에 이은 유럽연합(EU)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잠정 조치 여파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번 EU의 세이프가드 발동이 국내 철강사에 실제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고, 관련 우려가 주가에 선반영된 만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저가 매수 시점을 타진할 만 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일 오후 1시17분 현재 유가증권시장 철강금속업종지수는 전날보다 69.17포인트(1.50%) 내린 4528.06을 기록 중이다. 전 업종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거래일 기준 사흘 연속 하락세다.

철강금속 업종지수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로 연초 대비 13.15%(19일 기준) 하락했고, 지난 9일에는 장중 4500선을 하회해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EU는 지난 19일부터 23개 철강 제품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최근 단기 반등에 나섰던 POSCO 주가는 이틀 연속 하락해 30만원대로 후퇴했다. 현대제철의 경우 지난 19일 52주 신저가를 기록했고, 이날 사흘 만에 상승 전환한 상태다.

EU의 철강 세이프가드 잠정조치는 미국의 쿼터제와 달리 국가별이 아닌 글로벌 쿼터를 적용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철강업계가 EU 철강 세이프가드 잠정조치로 입는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EU가 글로벌 쿼터를 적용하기 때문에 수출 물량 가운데 어느 정도가 무관세 적용을 받게 될지는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국내 철강사들의 EU 수출이 대부분 자동차와 가전 등 실수요 관련이라는 점에서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한국의 EU 수출 물량은 전체 수출의 11.0%인 348만8000t이었고, 제품 구성은 냉연강판 16%, 아연도강판 21%, 자동차용강판(GA) 8%, 열연강판 17% 등으로 판재류 비중이 83.2%에 달했다"며 "EU 수출 물량은 판재류 수출업체인 POSCO와 현대제철의 비중이 크고, 해당 기업 연간 출하에서 EU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 내외"라고 추산했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강종별로 고부가가치 강종인 도금강판, 냉연강판, 후판, 그리고 열연 등 판재류의 유럽 수출 비중이 높다"며 "비중이 높은 도금강판과 냉연강판은 주로 자동차와 가전업체에 공급되는데 모델이 변경되지 않는 한 철강 공급사를 중간에 바꾸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의 세이프가드 발동이 한국 철강업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미중 무역 분쟁의 여파로 유럽으로 추가 유입되는 물량을 막겠다는 것이지 철강 수입을 원천 차단은 아닌 만큼 결국 한국과 중국이 현재 유럽에 수출하는 물량이 감소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또한 중국 철강가격이 정부의 환경정책 여파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국내 철강사 수익성에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중국 철강 선물가격은 최근 10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철강(열연)가격은 비수기와 경기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강력한 환경정책 영향으로 연중 고점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며 "봄 성수기 고점 대비 하락률은 1.8%에 그쳐 2016년(-17.5%), 2017년(-3.3%)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변 연구원은 "철광석 가격이 지난 2월26일 t당 78.3달러에서 이달 17일 62.0달러로 20.8% 하락하는 등 원재료 가격은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국내 철강업체의 안정적인 '철강가격-원재료' 스프레드(제품과 원료 가격차)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최근 하락을 매수 기회로 고려할 만 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방 연구원은 "연초부터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철강주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강관을 제외한 제품군에서 아직 실질적 타격은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철강산업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시점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중국의 철강 공급 통제 노력은 하반기에 보다 심화될 전망이고, 무역분쟁 중인 중국은 내수경기 방어를 위해 최근 지급준비율 인하와 신규 대출 증가를 용인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인프라 투자 모멘텀의 회복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