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8월 휴가를 즐겨라. 4분기를 기다려라"
‘월가의 레전드’로 불리우는 바이런 빈 블랙스톤 부회장이 8월 마켓 코멘터리를 발표했습니다. <커지는 내향적 사고의 위험>이란 내용인데, 코멘터리 수준이 아니라 매우 방대합니다. 읽어보다가, 내용이 좋아서 소개합니다. 50년 월스트리트의 공력이 그대로 담겨있네요.

<커지는 내향적 사고의 위험>

투자 환경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수익률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GDP의 5 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이 안보 및 환경 문제를 다루는 세계 협약에 참여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큰 효과를 미칠 것이다. 다자 무역협정이 위험에 처할 때, 참여 국가의 기업 이익은 부정적 영향을 받게된다.

각국 증시에서는 상장사 수가 급감하며 투자 기회가 제한되고 있다. 회사가 상장대신 비공개로 남아 있기를 선택한다면, 투자자들은 혁신의 성장을 공유하지 못한다.

이런 사례는 '내향적 사고'가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나는 국가와 기업이 단기적으로 생각하고 이에 따라 결정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내향적 사고는 임시방편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기업공개(IPO)가 줄면서 오늘날 미국의 상장 기업은 지난 40년 동안 어느 때보다 감소했다. 1996년에는 8000개 이상의 회사가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었다. 지금은 4336개로 거의 50 %가 감소했다. 이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캐나다, 스위스, 독일, 프랑스, 영국 등에서도 상장사 수는 최고점 대비 20~60% 감소했다. 합병과 인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업들은 세계화로 경쟁이 심화되고, M&A 위험에 노출됐다. 일부는 비슷한 업종 기업들과 합병해 피난처를 찾았다.

이외에도 상장하면 분기 실적으로 판단된다. 장기적 이익과 배치되는 결정에 내몰린다. 중요한 결정은 복잡한 공시를 거쳐야한다. 투자자관계(IR) 및 법률 비용은 치솟았다. 점점 IPO를 꺼리는 이유다. 과거 상장의 목적은 자본 조달과 회사 가치 향상이었다.

이런 목표 달성은 이제 사모 시장에서도 가능하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 주요 혁신 기업은 비공개를 택했다. 실적 변동이 심한 설립 초기에 더 많은 유연성을 누릴 수 있다. 꼭 내향적 사고는 아닐 수 있다. 건전한 결정일 수도 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8월 휴가를 즐겨라. 4분기를 기다려라"
-제2차 세계 대전 후 세계는 다자 무역협정을 맺고 외향적으로 뻗어나갔다. 1947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협정(GATT)때는 관세율이 22%였지만 북미자유무역협정(FTA), 유럽연합(EU) 결성, 각종 FTA 등이 체결되면서 세계 관세율은 한 자리수에 가까워졌다. 미국은 1918년 30%에서 2010년 1.3% 수준으로 하락했다.

최근 미국과 교역 상대국 간의 무역 갈등은 그 추세의 역전을 의미한다.

과거 무역 갈등은 협상을 통해 처리됐지만, 지금은 적대적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이런 갈등이 지속된다면 세계 무역의 총량이 감소되면서 성장, 일자리 창출 및 투자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역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건 의문의 여지가 없으며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 방법이 공격적, 적대적 일 경우 모든 참가자는 고통을 받게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공격하면서 양국은 긴장 상태에 있다. 현재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부과되었으며, 2000억 달러가 추가로 발표됐다. 미국이 서비스 중심 경제이지만, 특정한 산업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 있다. 무역 혼란은 2019년 기업 수익 및 이익에 분명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은 성장할수록 더 많이 수입한다. 높은 관세는 미국이 수입하는 재화의 비용을 증가시켜 소비자 구매력과 성장을 감소시킬 것이다. 미국은 많은 부품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완성품을 제조하는 미국 기업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며, GDP는 비용 증가와 경쟁력 감소로 줄어들 것이다.

관세 보복의 영향은 세계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에버코어 ISI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성장률은 2017년 6.9%에서 2018년 6.6%, 2019년에 6.3%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거의 1세기 전에 발생해썬 무역전쟁은 국제 무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30%에서 10%까지 떨어뜨렸다. 처음에는 물자 부족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일어났지만, 곧 디플레이션으로 악화됐다.

-지정학적 분야에서도 내향적 사고로 인한 적개심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이란 핵협정 참여를 중단함으로써 동맹국과 다른 길을 택했다. 이는 이란이 시리아와 예멘에서 비민주적 체제 지원을 강화하도록 독려했을 수 있다. 이란은 핵 개발을 계속할 수도 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는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국제 원유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하루 400만배럴에 달하는 이란의 원유 생산량 일부는 위험에 처했다.
이란 핵 협정에는 결함이 있으며 탈퇴 할만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는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다국적 협력의 모범 사례였다. 미국은 내가 걱정하고 있는 내향적 글로벌 사고의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포퓰리즘은 세계 여러 나라를 분열시켰다. 브렉시트가 최초의 발현이었고 영국의 성장률은 절반으로 줄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중요한 개혁을 시작했지만, 극우정당 르 펜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민이 주요 문제다. 우파 정당이 집권하던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도 마찬가지다. 멕시코에서는 포퓰리스트인 안드레스 오브라도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의 책 'Listen Up, Trump'는 미국과 대립을 강조하고 있다. 터키에서의 선거는 에르도간의 권위주의 통치를 강화시켰다. 이런 모든 정치적 움직임은 주요 국가들이 내부와 민족주의에 집중하면서 세계 경제 협력이 줄어들 가능성을 시시한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8월 휴가를 즐겨라. 4분기를 기다려라"
-미국은 파리 기후협약, 환태평양자유무역협정(TPP)등에서 탈퇴했다. 다자가 아닌 양자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EU에서 철수하기로 한 영국의 결정은 "혼자 가자"는 접근법의 또 다른 예이다. 점점 더 상호의존적 세상에서 이러한 결정은 비생산적인 것으로 보인다.

TPP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아시아에서의 경제적 리더십을 중국에게 안겨준 것이다. 미국의 재정 적자는 2017년 7000억달러에서 2019년 1조달러로 증가할 것이다. 해외 각국이 무역갈등으로 미국 투자를 줄이는 시기에 더 많은 재무부 증권을 발행하게 될 것이다.

-동맹의 붕괴는 미국의 정당까지 확대되고 있다. 민주당원들은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렌의 진보주의와 낸시 펠로시와 척 슈머의 온건주의로 나뉘어져있다. 공화당은 무역 및 이민 등을 놓고 트럼프의 극단적 견해와 폴 라이언 및 미치 맥코넬의 온건한 견해 사이에 분열이 있다. 최근 여론 조사는 민주당이 내년 하원에서 다수당이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민주당이 하원을 통치하면 그 결과는 입법부 교착 상태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 많은 이들은 민주당 다수가 대통령 탄핵에 집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세계 지도자로서의 미국의 역할을 더욱 감소시킬 것이다.

-일부에선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주장한다. 내향적 사고의 또 다른 특징인, 반대 견해에 대한 존중은 확실히 쇠퇴해왔다. 미 대법원에서 앤써니 케네다의 은퇴는 이런 움직임을 가속화할 수 있다. "(좌우를 왔다갔다하는) 스윙 대법관"이었던 그의 교체는 균형을보수로 기울일 수 있다. 또 다른 대법관인 85세 루쓰 베이더 긴스버그의 퇴직 가능성은 그 추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 대법원은 객관적인 판단의 장소로 여겨져 왔습지만, 그런 시각은 줄어들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대학들이 너무 진보적이며 언론들은 이데올로기적 성향을 기사에 반영한다. 사람들이 이런 중요한 기관로부터 멀어진다면, 그건 미국의 미래에 대한 낙관을 줄이고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

-결론 : 금융 시장은 내향적 사고로의 전환을 어떻게 반영할 지 불확실하다.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이 2분기 7.5% 상승하면서 대기업 중심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를 이겼다. 아는 성장을 가속화하는 환경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해외 증시에는 훨씬 방어적이었고, 글로벌 성장 및 신흥 시장은 달러 상승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채권 시장도 비슷한 불확실성을 보였다. 강한 성장과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미래 성장 지표인 10년물 채권 수익률은 5월의 3.13%에서 2분기말 2.83%로 떨어졌다.
나는 여전히 4분기 기업 실적이 전년대비 20%의 증가하며 증시도 낙관적일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번 여름에는 시장이 거의 상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8월 휴가를 즐겨라. 내향적 사고에 유의하라. 소비자의 경제 전망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높지만 그 변동성에 주의해야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