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중산층은 주식시장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퇴직연금이나 펀드에 노후를 맡기고 있어서다. 대한민국 중산층은 시장이 오르면 배가 아프다. 적립식 펀드에 돈을 넣었다가 손실을 봤던 기억과 대비돼서다. 증시가 활황을 보여도 말 그대로 ‘남의 잔치’다.

美·中 2~4배로 자산 키울 때 한국 '중산층 펀드'만 뒷걸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요국 가운데 주식형 공모펀드 규모가 줄어든 건 한국이 유일하다. 17일 금융투자협회와 일본증권경제연구소 등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주식형 공모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2009년 초 19조426억달러에서 2017년 9월 말 43조1330억달러로 2.3배 커졌다. 중국(473%), 영국(246%), 미국(121%), 일본(63%) 등의 순으로 시장이 팽창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주식형 공모펀드는 76조5839억원에서 60조914억원으로 21.5% 쪼그라들었다. 이 기간 미국 나스닥지수는 2.9배, 일본 닛케이255지수는 2.6배, 한국 코스피지수는 2.1배 올랐다. 각국 투자자들은 시장 활황의 ‘과실’을 나눴지만, 한국 투자자는 그러지 못했다.

금융위기 당시 수익률이 반토막 났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한국 중산층 사이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공모펀드는 고사돼 가고,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헤지펀드 시장만 팽창하고 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펀드가 연결 고리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기업 이익 증가가 중산층의 가계소득 증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