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국내 재테크 시장에 적립식 펀드 열풍이 불었다. 월 50만~100만원씩 꼬박꼬박 넣어 연 20~30%의 수익을 낸 사례가 많았다. 너도나도 적립식 펀드로 몰렸고 ‘1억 만들기’ ‘3억 만들기’ 등의 이름을 내건 펀드가 인기를 끌었다. 적립식 펀드는 월급쟁이들이 반드시 들어야 하는 재테크 수단으로 통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증시가 곤두박질치고 펀드 수익률이 급락하자 불신이 커졌다. ‘반토막 공포’를 체험한 투자자는 수익률이 완전히 회복되기도 전에 서둘러 돈을 뺐다. 김태우 KTB자산운용 사장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펀드 투자자들은 몇 차례 위기를 겪어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수익률이 회복된다는 믿음이 있었다”며 “펀드시장이 한창 성장하던 초창기에 금융위기를 겪은 것이 한국 펀드업계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적립식 펀드가 외면을 받자 금융회사들은 목돈을 굴리는 ‘중위험·중수익 상품’ 판매에 주력했다. 주가연계증권(ELS), 브라질 채권 등이 자리를 꿰찼다. 그나마 남은 펀드 투자자는 ‘단타’로 돌아섰다. 한국경제신문의 ‘중산층 재테크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펀드 투자자의 52.2%는 투자 기간이 ‘2년 미만’이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주식형 펀드에 대한 불신이 ‘적립식 투자’라는 효율적인 재테크 방식까지 외면하게 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신진호 마이다스자산운용 대표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은 대부분 목돈을 한번에 넣고 굴리기에 좋은 상품”이라며 “샐러리맨이 월급을 쪼개 다달이 투자하는 수단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 시기를 나눠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적립식 투자만큼 효율적인 방법이 없다”며 “적립식으로,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