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자로 원금의 50배, 100배를 벌었다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저도 장이 좋을 때 1000만원을 투자해 두 시간 만에 185만원을 번 적이 있어요. 기대수익률이 연 10%가 안 되는 펀드는 이제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직장인 김모씨(34)는 최근 은행에서 펀드 상담을 받다가 고개를 저으며 그냥 나왔다. 강렬했던 ‘코인의 추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같은 조정장에서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했다가 물리느니 코인 상승장을 기다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월 고점을 찍고 현재 약 70% 하락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가상화폐 열풍’으로 주식이나 펀드 대신 코인 투자를 하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상화폐 투자 앱 사용자의 연령층은 30대가 32.7%로 가장 많았고, 20대 24%, 40대 21%, 50대 이상 15.8% 등의 순이었다. 가상화폐 앱 이용자들의 하루평균 이용시간은 26분으로, 증권 앱(13분)의 두 배다. 실행횟수는 67회로 증권 앱(15회)의 네 배를 넘었다. 예전 같으면 주식에 관심을 보였을 공격적 투자 성향의 젊은이들이 가상화폐시장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상화폐 열풍은 한국에서 유독 뜨겁다. 뉴욕타임스는 “세계에서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한국보다 뜨거운 곳이 없다”며 한국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투자 이유(복수응답)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54.2%), ‘적은 자본으로 투자 가능’(47.8%)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장기 저금리 시대에 일반인들이 적은 금액으로도 수익을 낼 만한 투자처가 그만큼 부족했다는 의미”라며 “가상화폐 투자로 큰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나오자 그에 따라가는 ‘동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