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급락 > ‘고의 공시 누락’으로 검찰 고발 등 중징계를 받게 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3일 6.29%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13% 상승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물이 쏟아졌다. /연합뉴스
<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급락 > ‘고의 공시 누락’으로 검찰 고발 등 중징계를 받게 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3일 6.29%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13% 상승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물이 쏟아졌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고의적 공시 누락’으로 중징계를 내리면서 기업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 비상장사 시절의 공시 위반을 걸어 검찰 고발까지 하는 건 이례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비상장사, 합작사 등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비슷한 형태의 기업들이 줄줄이 사업보고서를 정정할 경우 금융감독원의 감리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이 국제회계기준(IFRS) 판단에 대한 공포감에 휩싸이면서 ‘삼바 충격’이란 말까지 돌고 있다.

기업들, 주석공시 전면 점검 등 ‘비상’

증선위가 지난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검찰 고발과 담당임원 해임 권고 등 중징계를 내리며 지적한 회계기준 위반사항은 ‘합작계약 약정사항의 주석 미기재’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합작파트너인 미국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을 추가로 살 수 있는 주식매수권(콜옵션)을 갖고 있다는 사실 등을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일부러 공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 위반으로 지적된 2012~2015년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하기 전 기간으로, 재무제표에 대한 주요 정보이용자(주주)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 그룹계열사와 외국인 투자자인 퀸타일즈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시 비상장사였고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를 공시에 반영하지 않은 것은 회계처리 위반이 아니다”고 소명해왔다.
"상장前 공시 위반에 검찰 고발이라니"… 기업들 '삼바 쇼크'
그럼에도 증선위가 공시 위반을 들어 대표이사와 회사를 검찰 고발까지 하는 중징계를 내린 사실을 기업들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상장사의 공시 누락에 대해 ‘고의성’을 이유로 중징계를 내린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비상장사에 대해서는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한 그룹의 재무담당 임원은 “비상장사의 주석 미기재 사항에 중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을 보고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며 “비상장사를 포함한 그룹 계열사들의 주석 공시 사항을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사장은 “원칙 중심의 IFRS는 회계처리 판단을 할 때 기업에 재량을 주면서도 주석 공시 등을 통해 충분히 기업의 정보를 알리도록 한 것이 기본 정신”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증선위의 판단은 IFRS상 주석 공시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처럼 합작으로 설립된 기업들의 회계처리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증선위가 합작사 회계변경과 관련해 분식회계 여부 판단을 미뤘지만 합작사의 연결 재무제표 문제가 감리 대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국회계기준원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이후 합작회사의 회계처리와 관련한 문의가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합작 자회사를 종속회사로 처리했던 기업들이 관계회사로 바꾸거나 보수적으로 회계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향후 주석사항 및 합작 자회사와 관련해 사업보고서를 정정하는 사례가 잇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감리 확대에 제재 강화까지

오는 11월 회계개혁안(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 등) 시행으로 회계처리 위반에 대한 제재가 대폭 강화되는 것도 기업들에 공포감을 키우는 이유다.

현재는 회계처리 위반 건당 20억원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지만 앞으론 위반 금액의 20%를 물릴 수 있어 사실상 상한선이 없어진다. 고의적 회계부정에는 기본 과징금을 법률 상한(위반금액의 20%)의 30% 이상으로 설정해 더욱 무거운 금액을 물도록 했다. 예를 들어 대우조선해양은 분식회계로 자본시장법에 따라 과징금 45억원을 부과받았으나 개정된 외부감사법에 따르면 3000억원 수준으로 상향된다.

금감원은 매년 재무제표 감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합쳐 지난해 감리 대상이 140곳이었지만 올해는 190곳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IFRS는 회사의 판단을 존중하는 유럽식 기준이면서 금감원의 감리와 제재는 규칙대로 지켜야 하는 미국식을 따르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를 계기로 금감원의 감리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