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5조원에 달하는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기금을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려 하면서 운용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수익률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空約' 된 국민연금 독립성 강화… 흔들리는 국민 노후자금 635조
보건복지부는 오는 2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 지침) 도입안을 의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동안은 저배당 기업에 ‘배당을 더 하라’고 요구하는 등 소극적 주주권만 행사했지만 앞으로는 횡령·배임, 오너일가 사익 편취, 부당 지원 등 지배구조 전반으로 관리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로 시장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의 일환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국민연금을 정치·경제 권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겠다’는 공약도 함께 내걸었다. 하지만 두 가지 공약 중 ‘주주권 강화’만 앞세우고 ‘독립성 확보’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는 평가다.

기금운용 수익률은 올 상반기 0.5%에 불과했다. 작년 상반기 수익률 5.72%와 대조적이다. 수익률이 연 1%포인트만 떨어져도 연금 고갈 시기가 7년 앞당겨진다는 분석이 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최광 전 복지부 장관은 “독립성이 결여된 국민연금이 지금의 구조에서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