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경제DB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경제DB
올해 성장률 전망치 2.9%·내년 2.8%…각각 0.1%p씩 하향조정
"대규모 자금유출 가능성은 적어, 환율 쏠림현상 면밀히 볼 것"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예상보다 확대되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9%로 하향 조정하고 내년 경제성장률도 2,9%에서 2.8%로 내려잡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성장과 물가의 흐름이 지난 4월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고 여전히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경기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날로 확대됨에 따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양국간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어 전면전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갈등이 더 심해진다면 국내 경제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역전으로 외국인 자본유출 우려가 나오는데 대해선 "금리 역전에 따른 영향을 살피고는 있지만 대규모로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격차는 0.5%포인트(p)까지 벌어진 상태다.

이 총재는 "최근 외국인의 주식투자 자금 유출이 나타나는 부분은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반영된 탓"이라며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양호해 오히려 채권 자금은 유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원화가 가파른 약세를 보이는 점도 국내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며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쏠림현상이 강화되는 지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경제에 대해선 특히 고용지표 부진을 우려했다.

이 총재는 "올해 상반기 중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 대에 그치는 등 고용상황이 부진한 것은 사실"이라며 "인구구조나 자본집약적 산업 중심의 성장세를 살펴보면 취업자 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화정책, 재정정책도 중요하지만 구조적인 개선 노력이 뒤따라야 고용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만 현 수치로 고용지표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고 고용의 질도 함께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선 "증가세가 억제될 것"이라고 봤다.

이 총재는 "정부가 신용대출 증가세를 관리하고 있고 대출금리 상승 등을 감안해 보면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될 것"이라며 "소득증가세도 이어지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세는 억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7월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 수준에서 동결했다. 금리 결정 과정에서는 이일형 금통위원이 0.25%p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등 소수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한은의 금리인상 시기는 다소 늦춰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총재는 "경기 불확실성의 요인이 어떻게 진행될 지 살펴보면서 통화정책을 진행하겠다"며 "경기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물가가 목표 수준(2%)에 근접한다면 통화완화 정도의 조정은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채선희 /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