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11일 오후 3시45분

한국석유공사가 벌어들인 현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으로 전락했다. 해외사업 부실이 갈수록 커지면서 매년 내야 하는 이자 비용만 4000억원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했지만 결국 세금으로 부실을 메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年 이자비용만 4000억… '좀비기업' 전락한 석유공사
11일 석유공사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매출 3조5609억원, 당기순손실 4781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2011년 이후 8년 연속 순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순손실 전망치를 바탕으로 석유공사의 부채비율을 계산하면 833.99%로, 지난해 말(674.03%)보다 159.89%포인트 올라갈 전망이다. 석유공사의 부채비율은 2013년 말 180.06%였지만 이후 매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재무구조가 계속 나빠지는 것은 실적 부진 때문이다. 2015년 무려 4조5002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2016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1조1188억원과 675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손실 폭이 줄고는 있지만 만성 적자 구조가 굳어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부실의 원흉은 해외사업이다. 특히 2009년 12월 40억8000만달러(약 4조5500억원)를 들여 인수한 캐나다 석유업체 하베스트의 부실이 가장 눈에 띈다. 매년 손실을 내고 있고, 지난해 손실만 2460억원에 달한다. 하베스트는 지난해 말 기준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석유공사는 이 때문에 지난해 6347억원을 영업외 손실(유·무형자산 손상차손)로 처리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차입금도 부담이다. 2008년 4조2720억원이던 석유공사의 차입금은 하베스트 등 해외 업체 인수 과정에서 대거 불어났다. 지난해 말 차입금은 13조206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이자 비용은 3921억원으로 영업이익(1741억원)의 3배에 육박했다. 차입금의 상당액을 달러를 포함한 외화로 조달해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화부채 평가손실도 적지 않다.

증권업계에서는 석유공사가 흑자 구조로 돌아서려면 부채 상환이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이를 위해 지난 5월 구조조정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조직을 축소·재편하고 고위 임직원은 임금을 반납하기로 했다. 경제성이 높지 않은 노후 유전은 단계적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얼마나 효과를 가져올지는 의문이다. 임금 반환 등의 정도로 13조원을 넘어서는 차입금을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석유공사 지분 100%를 보유한 정부가 대규모 자금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면 석유공사가 부채를 상환해 부실을 털어낼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세금으로 석유공사 부실을 메우는 셈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석유공사의 신용등급으로 ‘Aa2’(안정적)를 부여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정부와 같은 신용도를 적용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