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개전’한 지난 6일을 기점으로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반등 국면에 진입했다. 상당수 투자자는 의아해하고 있다. 관세부과 실행 직전만 해도 “1929년 시작된 대공황기가 연상된다”(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등 비관론이 팽배했는데, 정작 전쟁이 시작되자 증시가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10일 코스피지수는 8.36포인트(0.37%) 오른 2294.16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5일 2257.55로 연중 최저치를 찍은 뒤 곧바로 반등해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일본 닛케이225(0.66%), 대만 자취안(1.05%)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이날 상승했다. 무역갈등 당사국인 중국도 이날 상하이종합지수가 0.44% 오르는 등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관세전쟁 악재를 극복하고 증시가 반전에 성공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때마침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가 증시에 유리한 방면으로 나온 점을 꼽았다. 첫 번째는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수준으로 6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다. 6월 미국 비농업 취업자 수는 전달보다 21만3000명 늘어 발표 전 추정치(19만5000명)보다 증가폭이 컸다. 하지만 평균 임금증가율은 추정치(0.3% 증가)보다 낮은 0.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경기확장세에도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느려질 여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에는 최상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소매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월 바닥(51)을 찍고 5월(55.5)과 6월(57.1) 급반등하는 등 회복하고 있는 것도 호재다. 그 결과 유로화 수요가 늘면서 미 달러가치가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자금의 미국 쏠림현상이 완화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이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외환보유액이 9일 예상을 깨고 전달보다 15억달러 증가한 것으로 나오면서 위안화 가치가 오른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5월 하순 이후 중국 증시 조정이 한 달 이상 이어진 데엔 위안화 가치 하락이 핵심 원인 중 하나였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은 7~8월에 협상을 재개해 9월 이전에 2차 보복관세를 유예하는 방향으로 타협이 이뤄질 전망”이라며 “중국 증시는 변동성 장세를 이어가다 8월 이후 본격적인 반등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송종현/노유정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