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6일 한국 증시는 오히려 반등했다. 70여 년간 유지돼온 세계 교역질서가 흔들릴지 모르는 큰 사건임에도 ‘예고된 악재’가 사라지면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제거됐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시장에 확산됐다. 하지만 보호무역 기조의 부상이 장기적으로 증시에 부담인 데다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도 강하지 못해 한숨을 돌리기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도 많다.
"예고된 악재"… 美·中 무역전쟁 '총성'에도 증시 반등
이날 코스피지수는 15.32포인트(0.68%) 오른 2272.87로 마감했다. 장 초반 상승했던 코스피지수는 곧 하락세로 돌아서며 관망하다 오후 1시 이후 반등세로 돌아섰다. 미국이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는 소식이 오히려 상승폭을 키웠다. 외국인이 3811억원, 개인이 1030억원 순매도한 물량을 기관이 4589억원어치 순매수하며 받았다. 환율에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는 국내 기관이 낙폭 과대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왔다.

코스닥지수는 14.84포인트(1.87%) 오른 808.89로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지수(1.12%)와 중국 CSI300지수(0.68%)도 상승세로 마감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무역분쟁 우려는 시장에 충분히 반영된 만큼 이제 투자자들은 값이 싸진 주식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오늘 반등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종목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예상을 밑돈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LG전자는 2% 넘게 하락했다. 2분기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 만도(8.43%) GS홈쇼핑(7.46%) GS건설(5.20%) 등은 크게 오르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제 2분기 실적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자동차 관세 부과 방침을 철회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현대차(1.65%)와 기아차(4.55%) 현대위아(6.51%) 등 자동차 관련주도 강한 반등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중국이 보복하면 최대 5000억달러어치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했으나 증시 영향은 미미했다. 중국도 340억달러 규모의 보복관세 조치를 발효했다는 소식은 국내 증시 마감 후 전해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위협성 발언은 현실성이 낮은 것으로 시장이 받아들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말한 5000억달러는 미국의 지난해 대중국 수입액(5055억달러)과 맞먹는다.

윤지호 센터장은 “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투자자들은 무역분쟁이 봉합 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라며 “다만 이런 기대가 무너지면 다시 시장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주가순자산비율(PBR: 시가총액/자본총계) 1배를 밑돌고 있어 미·중이 갈등 봉합에 나서면 빠른 주가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과도할 정도로 여러 우려를 반영해왔다”며 “2008년처럼 세계적 위기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면 증시가 추가로 급락할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경제와 기업 이익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임근호/노유정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