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은 여전히 '보물창고'… 지수 아닌 종목을 봐라"
중국 펀드에 목돈을 넣어둔 투자자들은 요즘 가슴 철렁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1월 말 3500선을 돌파하며 고공행진하던 상하이종합지수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최근까지 23%가량 급락하며 펀드 수익률에 적신호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국 주식형펀드에 설정된 금액(공모펀드 기준)은 7조3334억원으로 해외 지역별 주식형펀드 가운데 가장 많다.

‘KTB 중국 1등주 펀드’를 운용하는 권정훈 KTB자산운용 멀티에셋투자본부장(사진)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이 불안정한 가운데서도 알리바바와 중국국제여행사, 마오타이 등 중국 업종별 대표주들은 올해 작년보다 50% 안팎 늘어난 매출을 내고 적게는 35%, 많게는 65% 수준의 높은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전체 주가지수가 아니라 개별 기업의 성장성을 보면 중국은 여전히 투자의 보물창고”라고 말했다.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KTB 중국 1등주 펀드’는 최근 1년간 설정액 2000억원 이상의 대형급 중국 펀드 9개 중 가장 높은 33.99%의 수익을 냈다.

◆내수·IT업종 ‘노다지’ 캐기

권 본부장은 중국 기업 중 음식료, 보험, 제약 등 내수주와 정보기술(IT)주에 주목한다. 그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과 모바일 결제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고 정부도 IT와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만큼 IT주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中은 여전히 '보물창고'… 지수 아닌 종목을 봐라"
‘KTB 중국 1등주 펀드’는 알리바바(8.21%), 텐센트(7.05%), 바이두(5.07%) 등 중국 대표 IT주를 높은 비중으로 편입하고 있다. 권 본부장은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세계가 주목하는 중국 IT 기업들은 모두 중국 증시가 아니라 홍콩이나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다”며 “상하이, 선전 등 중국 본토 지수의 등락만 봐서는 중국 기업들에 투자하는 펀드의 가능성을 온전히 보기 어렵다”고 했다.

권 본부장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서 중국 시장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연구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포트폴리오를 짠다. 여행객 증가와 면세사업 확대 등으로 수혜를 보고 있는 중국국제여행사(7.70%), 마오타이(7.14%), 유제품 회사 내몽고이리실업(4.18%) 등 내수주도 많이 담고 있다. 중국국제여행사와 마오타이의 올해 순이익 증가율은 각각 38.9%, 34.6%로 전망된다.

권 본부장은 “중국 경제의 중심이 투자에서 소비로 옮겨가고 있다”며 “경제성장률은 하향 안정화하고 있지만 소비재산업은 지속적으로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이익 증가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화 유출·위기 가능성은 작아”

권 본부장은 최근 중국 증시 급락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미·중 무역 갈등과 중국의 유동성 경색 문제다. 중국 정부는 한계기업들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도록 지난 1년 반가량 유동성 관리를 강화해왔다.

그는 “자금 흐름이 지나치게 경색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달 말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어 유동성 문제를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무역갈등 문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중국 증시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위안화 약세가 외화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위안화 절상은 주요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현재의 약세 흐름을 용인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협상이 시작되면 위안화가 강세로 전환할 것이고, 통화 가치가 높아지면 외화 유출 가능성은 작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 본부장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터키 등 최근 고전하고 있는 신흥국과 중국은 재정수지, 외환보유액,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수준 등 건전성 지표가 확연히 다르다”며 “외부 요인으로 위기에 처할 정도로 중국 경제가 약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은행의 부실자산 위험이나 부동산 버블 붕괴 위험 등의 내부 문제는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