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EY한영, 딜로이트안진 제치고 업계 3위에
마켓인사이트 7월2일 오후 4시15분

콘크리트 같던 국내 회계법인 ‘빅4’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만년 4위에 머물렀던 EY한영이 처음으로 매출 3000억원을 돌파하며 3위에 올랐다. 2위 자리를 놓고 삼정KPMG와 경쟁해온 딜로이트안진은 4위로 주저앉았다.

2일 회계법인이 공시한 2017 회계연도(지난해 4월1일~올해 3월31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정KPMG는 지난해 영업수익(매출) 3827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9.9%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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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딜로이트안진 매출은 5.5% 감소한 2919억원에 그쳤다. 이로써 삼정KPMG는 2016 회계연도에 이어 2년 연속 2위를 차지하며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딜로이트안진은 2014~2015 회계연도에 삼일PwC에 이은 업계 2위였다. 하지만 2016 회계연도에 삼정KPMG에 2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이번엔 4위로 떨어졌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에 연루돼 제재를 받은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딜로이트안진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간 ‘신규 감사 업무 제한’ 제재를 받았다. 업무 정지 기간 주권상장법인, 증권선물위원회의 감사인 지정회사, 비상장 금융회사의 감사업무를 맡지 못하면서 실적 악화를 겪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금융감독당국 제재로 영업정지를 받은 만큼 매출 타격은 피할 수 없었다”며 “제재가 끝난 만큼 얼마나 많은 고객이 딜로이트안진에 되돌아가느냐가 향후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딜로이트안진 관계자는 “EY한영은 매출에 컨설팅 부문을 포함하지만 딜로이트안진은 컨설팅을 별도 법인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두 회사의 매출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EY한영은 사상 처음으로 매출이 3000억원을 넘어섰다. 한영회계법인(2653억원)과 언스트앤영 어드바이저리(740억원)를 포함해 전년 대비 22.7% 증가한 339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딜로이트안진을 따돌린 것은 물론 삼정KPMG마저 맹추격하고 있다. 서진석 대표가 적극적인 인력 영입을 앞세워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것이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의 어드바이저리(자문) 부문은 대형 거래를 휩쓸다시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Y한영은 지난해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 유니레버의 카버코리아 인수, 로레알의 스타일난다 인수 등 굵직한 거래들을 자문했다.

정상 자리는 ‘부동의 1위’인 삼일PwC가 수성했다. 전년 대비 약 11% 증가한 559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경영자문이 전체 매출의 37.3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회계감사(34.38%), 세무자문(26.84%), 기타(1.45%)가 뒤를 이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