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그룹의 계열사 주식을 담는 그룹주 펀드가 투자자에게 외면받고 있다. 주력 계열사 업종에 따라 펀드 수익률이 크게 출렁이는 데다 운용범위가 계열사 주식으로 한정돼 시장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25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현대자동차 현대그룹 등 범현대 주식을 담고 있는 현대그룹주 펀드는 5.35% 손실을 냈다. 남북한 경제협력 기대가 치솟은 지난달엔 6.6% 수익을 내는 등 선전했지만, 남북경협주에 차익 실현 매물이 몰리면서 수익률이 단기간에 급락했다. 현대그룹주 펀드는 현대엘리베이터 현대건설 현대로템 등 남북경협주로 지목돼 급등했던 종목을 대거 담고 있다.

다른 그룹주 펀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보기술(IT) 업종이 상승세를 타면서 각각 삼성전자, LG전자가 포함된 삼성과 LG그룹주 펀드 수익률이 고공비행했지만 올 들어선 시들하다. 반도체를 비롯한 IT주가 증시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서다. 삼성그룹주 펀드는 지난해 33.35% 수익을 냈지만 올 들어선 2.17%로 수익률이 뚝 떨어졌다. 지난해 32.75% 수익을 올린 LG그룹주 펀드는 올 들어선 10.56% 손실을 냈다.

수익률이 주력 계열사에 따라 크게 움직이면서 투자자들도 그룹주 펀드에서 돈을 빼고 있다. 올 들어 그룹주 펀드 44개에서 4461억원이 빠져나갔다. 인기가 시들해지자 한국투자신탁운용은 LG그룹주 펀드인 ‘한국투자LG그룹플러스’를 다음달 청산하기로 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그룹주 펀드는 한정된 계열사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시황이나 매니저의 판단에 따라 종목을 크게 바꾸기 힘들다”며 “삼성그룹주 펀드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LG 현대 SK 등 각종 그룹주 펀드가 쏟아졌지만 투자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