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험 중수익’ 상품인 공모주 펀드로 개인투자자의 뭉칫돈이 다시 몰리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신흥국 위기 등으로 증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공모주 펀드는 평소에는 채권에 주로 투자해 채권금리만큼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다 우량 기업공개(IPO)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상품이다. 하반기 현대오일뱅크, 카카오게임즈 등 알짜 기업의 IPO가 몰려 있어 공모주 투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달아오르는 IPO시장… 돈 몰리는 공모주펀드
◆올 들어 2900억원 유입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공모주 펀드(112개, 설정액 2조3084억원)에 올해 들어 2903억원이 순유입됐다. 최근 한 달간 856억원을 포함해 석 달간 2676억원이 집중적으로 몰렸다. 지난해 상반기 공모주 펀드에서 1조2741억원이 순유출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상반기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여파로 해석된다.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높아지면서 올 들어 액티브 주식형펀드(543개)에선 자금이 6161억원 빠져나갔다. 최근 한 달간 1784억원, 석 달간 4310억원이 유출됐다.

공모주 펀드는 대부분 채권 혼합형 펀드다. 총자산의 60% 또는 7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한다. 주식은 30% 또는 40% 이하로 담는다. 채권 투자로 연 2~3% 수준의 수익을 기본으로 얻고, 공모주 청약 기회가 있을 때 참여해 물량을 배정받았다가 상장 후 매도해 차익을 얻는 방식으로 2~3%의 수익률을 추가로 쌓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주식형 펀드에 비해 기대 수익률이 높지는 않지만 ‘마이너스’를 낼 위험은 거의 없다는 게 강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10년간 공모주 펀드가 연간 기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적은 없었다.

공모주 펀드 가운데 설정액이 가장 큰 KTB코넥스하이일드펀드(2784억원)는 연초 이후 5.03%의 수익을 냈다. 공모주 펀드 전체 수익률은 1.46%를 기록하고 있다. 문윤정 신한금융투자 대치센트레빌지점 PB팀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보유한 부동산을 처분해 현금은 있는데 주식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기는 망설이는 투자자가 많다”며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기보다는 위험은 낮고 정기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이 공모주 펀드를 대안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IPO 미리 찜

하반기 IPO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점도 공모주 펀드로 자금이 쏠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상반기 IPO 시장은 기대에 비해 주춤했다. 총 공모 규모가 1조5000억원에 달했던 SK루브리컨츠까지 상장을 철회한 타격이 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 이슈로 상장 예정이던 기업 상당수가 상장 일정을 미룬 것도 IPO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하반기엔 티웨이항공, CGV베트남홀딩스, 롯데정보통신 등 중견급 기업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예정돼 있다. 9~10월께에는 기업 가치가 약 10조원으로 평가받는 대어 현대오일뱅크가 상장할 예정이다. 코스닥시장에는 카카오게임즈가 등판을 준비 중이다. 한 증권사 PB는 “하반기에 환매수수료를 물지 않고 공모주 펀드 투자에 따른 차익만 얻기 위해 미리 공모주 펀드에 가입하려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올해 출범한 ‘코스닥 벤처펀드’가 3조원 규모로 몸집을 불린 것은 기존 공모주 펀드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 우선 공모 규모가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작은 코스닥시장에서의 공모주 확보 경쟁이 크게 치열해졌다. 정부는 과거 우리사주에 20%, 일반투자자에게 20%, 하이일드펀드에 10%, 공모주펀드를 포함한 기관투자가에 50%를 배정하던 코스닥 공모주 물량에서 일반 기관투자가 배정 비율을 20%로 줄이고 코스닥 벤처펀드에 30%를 떼줬다. 코스닥시장에선 공모주 펀드가 확보 가능한 공모주 물량이 줄었다는 뜻이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