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21일 오전 4시11분

코스닥 상장사 지위를 ‘자진반납’한 전력이 있는 기업들이 속속 증시 복귀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우회상장 과정에서 ‘껍데기(셸·shell)’ 역할을 한 전력을 갖고 있다. 셸 기능을 제공한 뒤 비상장사로 분할돼 당초 대주주가 되사온 업체들이다.
[마켓인사이트] '셸'의 귀환… 우회상장에 이용됐던 오알켐·노바렉스 등 재상장 추진
셸의 재상장을 허용하면 대주주가 또다시 ‘상장사 프리미엄’을 누리며 기업을 매각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우려에 막혀 지난 3년여간 재입성 사례가 전무했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관련 규정을 정비하면서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올 들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인쇄회로기판(PCB)용 약품제조사 오알켐과 건강보조식품 제조사 노바렉스가 그 사례다.

셀트리온은 2008년 오알켐과 합병해 코스닥에 우회상장한 뒤 오알켐을 분할해 비상장 자회사로 뒀고 이를 원래 대주주가 되찾았다. 노바렉스 역시 2008년 최대주주가 이 회사의 전신(코스닥 상장 당시 사명 렉스진바이오텍)을 매각한 후 비상장사로 분할되자 당초 최대주주가 취득했다. 이 중 오알켐은 심사를 자진철회했다. 노바렉스가 거래소 심사를 통과한다면 3년여 만의 ‘셸의 귀환(재상장)’ 사례가 된다.

비상장사 삼영코넥이 우회상장 통로로 활용한 반도체 장비업체 쎄믹스도 주관사를 선정하고 재입성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과거 셸 역할을 한 업체들의 재상장을 둘러싸고는 갑론을박이 있었다. 상장사를 매각해 차익을 얻은 뒤 되사온 전력이 있는 대주주라면 재상장 후 다시 기업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구심 때문이다.

실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셸 역할을 한 뒤 2013년 11월 코스닥시장에 돌아온 디엠티는 재입성 3년여 만인 지난해 초 최대주주가 재차 지분을 매각했다. 그러면서 재상장 당시 시장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제시한 ‘최대주주 지분을 상장 후 5년 동안 팔지 않겠다’는 자진 보호예수 조건을 어겼다. 그러잖아도 셸의 증시 재입성 시도를 곱지 않게 바라본 시장 시선이 디엠티 매각을 계기로 더 싸늘해졌다.

올 4월 거래소가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을 개정해 보완책을 내놓으면서 셸의 귀환에 물꼬가 트였다. 거래소는 경영 투명성·안정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최대주주 지분의 보호예수 기간을 최대 3년까지 연장하고, 이를 어기면 △상장폐지 검토(관리종목의 경우) 또는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 △보호예수 기간 1년 연장 등의 제재를 하기로 했다.

‘셸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어 내기 위해선 대주주 지분의 장기 보호예수 등을 통한 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게 관건이라는 평가다. 한 증권사의 기업공개(IPO) 담당자는 “과거 셸 역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증시 복귀를 제한하는 건 형평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엔 우회상장 수요도 줄었고, 보호예수기간을 어기면 상장폐지까지 이를 수 있게 되면서 ‘먹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내부 통제와 경영 계획 등을 더욱 엄격하게 판단해 심사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