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셸'의 귀환… 우회상장에 이용됐던 오알켐·노바렉스 등 재상장 추진
수익만 챙기고 또 '먹튀' 우려도
거래소, 보호예수기간 어길 땐
상장폐지 가능하게 규정 강화
코스닥 상장사 지위를 ‘자진반납’한 전력이 있는 기업들이 속속 증시 복귀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우회상장 과정에서 ‘껍데기(셸·shell)’ 역할을 한 전력을 갖고 있다. 셸 기능을 제공한 뒤 비상장사로 분할돼 당초 대주주가 되사온 업체들이다. 셸의 재상장을 허용하면 대주주가 또다시 ‘상장사 프리미엄’을 누리며 기업을 매각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우려에 막혀 지난 3년여간 재입성 사례가 전무했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관련 규정을 정비하면서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올 들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인쇄회로기판(PCB)용 약품제조사 오알켐과 건강보조식품 제조사 노바렉스가 그 사례다.
셀트리온은 2008년 오알켐과 합병해 코스닥에 우회상장한 뒤 오알켐을 분할해 비상장 자회사로 뒀고 이를 원래 대주주가 되찾았다. 노바렉스 역시 2008년 최대주주가 이 회사의 전신(코스닥 상장 당시 사명 렉스진바이오텍)을 매각한 후 비상장사로 분할되자 당초 최대주주가 취득했다. 이 중 오알켐은 심사를 자진철회했다. 노바렉스가 거래소 심사를 통과한다면 3년여 만의 ‘셸의 귀환(재상장)’ 사례가 된다.
비상장사 삼영코넥이 우회상장 통로로 활용한 반도체 장비업체 쎄믹스도 주관사를 선정하고 재입성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과거 셸 역할을 한 업체들의 재상장을 둘러싸고는 갑론을박이 있었다. 상장사를 매각해 차익을 얻은 뒤 되사온 전력이 있는 대주주라면 재상장 후 다시 기업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구심 때문이다.
실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셸 역할을 한 뒤 2013년 11월 코스닥시장에 돌아온 디엠티는 재입성 3년여 만인 지난해 초 최대주주가 재차 지분을 매각했다. 그러면서 재상장 당시 시장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제시한 ‘최대주주 지분을 상장 후 5년 동안 팔지 않겠다’는 자진 보호예수 조건을 어겼다. 그러잖아도 셸의 증시 재입성 시도를 곱지 않게 바라본 시장 시선이 디엠티 매각을 계기로 더 싸늘해졌다.
올 4월 거래소가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을 개정해 보완책을 내놓으면서 셸의 귀환에 물꼬가 트였다. 거래소는 경영 투명성·안정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최대주주 지분의 보호예수 기간을 최대 3년까지 연장하고, 이를 어기면 △상장폐지 검토(관리종목의 경우) 또는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 △보호예수 기간 1년 연장 등의 제재를 하기로 했다.
‘셸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어 내기 위해선 대주주 지분의 장기 보호예수 등을 통한 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게 관건이라는 평가다. 한 증권사의 기업공개(IPO) 담당자는 “과거 셸 역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증시 복귀를 제한하는 건 형평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엔 우회상장 수요도 줄었고, 보호예수기간을 어기면 상장폐지까지 이를 수 있게 되면서 ‘먹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내부 통제와 경영 계획 등을 더욱 엄격하게 판단해 심사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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