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김성훈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사진)는 이른바 ‘을(乙)’ 출신이다. 1995년 동부증권에 입사한 뒤 23년간 영업과 마케팅 관련 부서에서 일했다. 뼛속까지 영업맨인 김 대표는 2014년부터 키움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을 맡아 당시 우리은행에 한정돼 있던 판매사 창구를 5대 시중은행으로 넓혔다. 40대 부장 중심이던 마케팅 조직을 30대 젊은 직원들로 바꿔 적극적으로 판매사에 접근한 결과였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은 2014년 옛 키움자산운용과 우리자산운용 합병 당시 21조원대에서 현재 37조원대까지 늘어났다. 외형 성장의 바탕에는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김 대표의 탁월한 마케팅 능력이 있었다는 평가다. 그가 올해 초 키움투자자산운용 신임 대표로 취임하자 ‘예정된 수순’이란 반응이 나온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김 대표는 “키움투자자산운용의 마케팅 능력을 해외 상품과 리테일시장에서도 적극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 취임 첫해, 목표는 무엇입니까.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세 부문이 있습니다. 해외 투자, 상장지수펀드(ETF), 타깃데이트펀드(TDF)입니다. 앞으로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첫 임기 내에는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기로 했지만 이 세 부문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키워나가려 합니다.”

▷글로벌 역량 강화를 첫 번째로 꼽으셨는데요.

“해외 유수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와 부동산 등 대체투자 자산을 담은 펀드를 선보여 회사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올해 초 주식운용본부 내 글로벌운용팀을 떼어내 글로벌마켓본부로 승격시키는 조직 개편을 한 것도 해외 투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겁니다. 지난 3년간 외형 성장에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보수가 낮은 채권형 펀드보다 해외 펀드 등 운용 보수가 높은 자산군 비중을 늘려 내실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베트남에 사무소를 설립하는 배경은 무엇인가요.

“베트남 사무소 설립은 마무리 단계로 현지 인가만 남았습니다. 베트남 현지에서 애널리스트도 4명 뽑았습니다. 베트남을 거점으로 동남아시아에서 역량을 키우려 합니다. 선진국 시장에서 글로벌 증권사들과 경쟁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중국 시장엔 이미 많은 금융사가 진출해 있어요. 동남아는 세계에서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기존 인도네시아 법인과 베트남 사무소를 활용해 동남아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펀드를 내놓는 등 해외 투자 비중을 적극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베트남 내에서 인수합병(M&A)이나 대체투자도 눈여겨볼 겁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채권형 펀드에서 강점을 보여왔습니다.

“전체 수탁액에서 채권형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습니다. 그동안 수익률도 좋았기 때문에 시장에서도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채권형 펀드 강자’로 인식되고 있죠. 주식 운용도 마찬가지지만 채권은 ‘맨파워’가 가장 중요합니다. 채권운용본부 내 팀장 세 명은 1990년대 LG투자신탁운용 시절부터 둥지를 옮기지 않고 채권 운용을 맡고 있어요. 무엇보다 안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채권투자자들이 오랜 기간 역량을 증명해온 매니저에게 신뢰를 보냈고 외형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CS자산운용 시절 합작사였던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로부터 얻은 노하우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업·마케팅에서 오랜 경력을 쌓으셨는데요.

“흔히 증권사의 영업은 유목, 자산운용사의 영업은 농사에 비유합니다. 증권사 영업이 투자 트렌드에 맞춰 끊임없이 색깔을 바꾸는 쪽이라면 자산운용사 영업은 판매사를 중심으로 묵묵하게 밀어붙이는 식이죠. 저는 직원들에게 이 둘을 합친 ‘증용사(증권사+자산운용사) 영업 전략’을 강조합니다. 시장이 요구하는 상품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판매사 영업에도 공을 들여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키움투자자산운용의 마케팅 조직은 아마 운용업계 전체에서 가장 젊을 겁니다. 이들의 능력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어요.”

▷올해 수수료 0.01%대의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놓아 화제가 됐습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2002년 업계에서 가장 먼저 ‘KOSEF’라는 ETF 브랜드를 내놓고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후발주자로서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경쟁 업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공격적으로 수수료를 낮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코스피200 같은 범용적 상품의 수수료는 파격적으로 낮춰 외형을 키우고 특색 있는 상품은 제값을 받자는 전략입니다. 오는 8월쯤 기관투자가들의 리밸런싱 기간이 되면 업계 최저 수수료(0.012%)인 ‘KOSEF 200TR ETF’에 본격적으로 돈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에도 뛰어들었습니다.

“글로벌 3대 운용사 중 하나인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SSGA) 쪽에서 키움투자자산운용과 손잡은 것도 저희의 혁신과 마케팅 능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키움의 마케팅 능력을 리테일 시장에서도 발휘할 자신이 있습니다. SSGA는 뉴욕증권거래소에 ETF를 최초로 상장한 운용사입니다. SSGA의 ETF 운용 강점을 살려 업계에서 보수가 가장 저렴한 상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차근차근 성과를 올려 TDF부문 업계 2위까지 올라서는 것이 목표입니다.”

● 김성훈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

▶1966년 출생
▶1985년 용산고 졸업
▶1991년 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 졸업
▶1994년 미국 테네시주립대 경영전문대학원(MBA)
▶1995~2008년 동부증권 법인영업팀장
▶2008~2014년 키움증권 홀세일총괄본부
▶2014~2017년 키움투자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
▶2018년~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이사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