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 여파 포트폴리오 재편 가속… 남북관계 훈풍 타고 통일펀드 '활기'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을 서두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작년부터 시장 변동성 확대를 예상하고 자산을 재구성하고 있었다. CalPERS(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 ABP(네덜란드 공적연기금) 등 글로벌 해외 연기금은 리스크 관리를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고 이에 따라 자산을 배분하고 있다.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주식 자산 비중을 크게 줄이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상승폭이 컸던 선진국 주식의 일부는 비중을 줄여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 작년부터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도가 큰 신흥국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는 해외 기관투자가가 많다. 선진국의 유동성 확대로 물가 인상 리스크를 높게 보는 기관투자가가 늘어나고 있으며 물가 인상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원자재나 물가연동국채 비중을 늘리고 있다. 단, 신흥국 주식은 선진국 주식과 비교해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신흥국 주식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펀드 시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이어지면서 중국이 중심에 서 있는 아시아(일본 제외) 주식펀드에서의 자금 유출이 커졌다. 신흥국 경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도 5월부터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신흥국 관련 주식펀드에서의 자금 유출은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탈리아 재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유럽주식펀드와 유럽주식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미국 경제는 호황을 이어가면서 ETF를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펀드 투자에서도 예민해진 투자심리가 투영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 해외주식형펀드와 중소형주펀드를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이어지던 분위기가 지난 4월부터 변하고 있다.

중소형주펀드에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6550억원가량이 들어왔지만, 5월에 420억원이 빠져나갔다. 양호한 흐름을 보여주던 배당주펀드는 올해 들어 80억원이 순유출됐다. 투자심리가 약해지면서 ETF를 중심으로 한 패시브펀드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외 경제 환경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경직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경직된 투자심리 속에서도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공모주 우선배정 등의 혜택이 있는 코스닥벤처펀드가 돈을 끌어모았다. 4월 출시된 뒤 3조원 가까운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공모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주식, 채권, 선물 등 다양한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운용사들은 중위험중수익을 목표로 한 운용전략을 세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위험중수익을 선호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취향에도 적합하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리스크 관리가 되는 금융상품을 더 선호하는 점도 코스닥벤처펀드의 성공 요인이 됐다.

4월 이후에는 완화된 대북 긴장 상황으로 중장기적인 투자를 위해 통일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북한이 예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북한 경제 개발에 대한 기대가 커져 통일펀드 출시가 늘어나고 있다. 기존에는 신영자산운용과 하이자산운용이 통일펀드를 운용해왔으며 삼성액티브자산운용, BNK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이 통일펀드를 출시했다. 기존 통일펀드의 중장기 성과는 액티브주식 유형보다 우수하며, 포트폴리오 구성에서도 일반 액티브주식 펀드와 구별된다. 통일펀드는 북한 경제 개발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건설, 비금속광물, 기계, 음식료 등의 업종 비중이 높다.

북한의 경제 개발은 도로, 철도, 발전소 등 기본적인 인프라 건설부터 시작돼 연관 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 과정을 돌이켜보면 북한 경제 개발에 대한 투자는 큰 기회를 안겨줄 수 있다. 독일 통일 이후 독일의 펀드 시장은 20배 넘게 성장하고 DAX30 지수는 7배 넘게 상승했다. 하지만 통일 직후 혼란을 겪을 때 독일 경제는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낸 만큼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장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통일펀드는 정치 리스크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본격적인 경제 개발을 위해서는 꽤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자산운용사와 투자자 모두 통일펀드로 성과를 내려면 인내심이 요구된다.

hujung.kim@yuanta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