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지난해 9월 수준으로 후퇴했습니다. 강(强)달러와 미·중 무역분쟁 등 악화된 대외변수 여파로 투자심리가 한층 경색된 탓입니다. 22일 한경닷컴은 여의도 증권가 리서치센터장 출신 OB(선배)에게 현재 증권시장에 대한 진단과 대응전략을 물어봤습니다. [ 편집자주 ]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한국경제 DB)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한국경제 DB)

'한국의 닥터 둠'으로 불리던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증시 하락 요인으로 꼽히는 미·중 무역갈등은 핑곗거리에 불과하고, 문제는 시장 펀더멘털(기초체력)"이라고 진단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고는 있지만 한국 실물경제에 실제로 미칠 영향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심리가 경색됐다는 점을 이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그는 "한국 증시에 타국의 무역분쟁이 영향을 크게 미친 사례가 없고, 아직 한국 기업실적이나 경제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이 같은 논리가 증시를 흔들 수 있는 '악재에 굉장히 민감한 여건'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한국 증시 펀더멘털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인 만큼 향후 미·중 무역갈등이 해소된 뒤에도 대외변수에 취약한 형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주도주군인 정보기술(IT)주와 바이오주의 힘이 약화된 점 역시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장주 삼성전자(62,300 +1.47%)의 경우 유동성 확대를 위해 '국민주'로 거듭나는 액면분할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부진한 점을 꼬집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주주환원 정책으로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인 액면분할 전에는 단행 이후 긍정적인 주가를 기대하는 시각이 남아있었으나 이후에도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시장을 이끈 바이오주 역시 이제부터는 (과도하게 오른 주가를) 현재의 적자 상황이 받쳐줄 수 있겠냐는 의구심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리는 자산배분 전략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정부가 9년간 '돈풀기 정책'을 지속해온 탓에 자산가격에 거품이 낀 상황에서 위험 요인들이 부각되는 국면이란 평가다.

그는 "미국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최대 3.25~3.50%까지 올릴 수 있다고 가정하면 현 시점은 전체 금리 인상 기간의 3분의 2에 와 있는 시점"이라며 "유동성 장세의 '마지막 불꽃'을 기대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해외증시 상승에 발맞춰 유동성의 힘으로 오른 한국 증시의 경우 자체 에너지가 부족해 박스권 상단이 올라가는 수준에 그쳤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시 상승을 이끌 성장동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증권가의 '상저하고' 전망에만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위험하다는 조언이다.

국내 증시 외에도 최근 몇년간 강세를 보인 신흥국 증시 관련 자산의 비중 축소를 주문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는 그동안 선진국을 중심으로 움직여 왔고, 이머징(신흥국) 시장의 비중을 높이는 것은 맞는 전략이 아니라고 본다"며 "미국 증시가 3~4배 오르는 동안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000선대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9년 연속 세계 증시가 상승한 것은 극히 드문 사례란 점을 염두에 두고 주식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할 때"라며 "최선책은 주식 비중을 줄이는 방안이고 적어도 이머징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대표적인 투자전략가 출신 리서치센터장으로 손꼽히던 인물이다. 대우경제연구소 출신으로 2003년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됐고, 교보증권과 HMC투자증권, 아이엠투자증권(현 메리츠종금증권), IBK투자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다.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해 '한국의 닥터 둠'으로 불렸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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