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벤처캐피털이 조성한 펀드에 연이어 자금을 출자하고 있다. 유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입도선매’하고, 여유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올리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인 미국 세쿼이아캐피털이 조성하는 글로벌그로스펀드 Ⅲ호에 출자하기로 했다.

세쿼이아·소프트뱅크·TPG… 네이버, 글로벌 PEF에 잇단 투자
이 펀드는 세계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60억~80억달러(약 6조6000억~8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모으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조성한 1000억달러(약 110조원) 규모의 비전펀드 이후 가장 규모가 큰 스타트업 투자 펀드다. 1972년 출범한 세쿼이아는 애플 구글 유튜브 에어비앤비 인스타그램 등이 설립될 당시 초기 투자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사회에서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세계 4대 PEF 운용사인 미국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공동 운용하는 ‘차이나펀드’에 출자하는 안건도 가결됐다. 네이버는 두 펀드에 대한 출자 규모 등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두 펀드에 각각 수백억~수천억원을 투자했을 것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월 미래에셋글로벌유니콘사모투자합자회사에 184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이 펀드는 2800억원 규모로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중국 승차공유시장 1위 업체인 디디추싱 지분(구주) 0.5%가량을 사들이기 위해 조성했다.

네이버는 3월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현금성 자산이 2조60억원에 이른다. 현금 운용 수익률 향상 차원에서 이같이 투자처를 다각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IB업계에서는 네이버가 펀드 투자를 통해 주력 사업 보강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쿼이아와 소프트뱅크 등을 통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있는 스타트업 인수합병(M&A) 매물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IB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새로운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매년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며 “펀드 투자를 통해 적극적으로 신사업 가능성 등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