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문업계에서 가장 많은 고객자산을 굴리는 VIP투자자문이 운용사로 전환하고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든다. 가치투자 자문사로 다져놓은 입지를 바탕으로 운용사로 전환해 투자자 폭을 넓히기 위해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VIP투자자문은 이날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 등록 절차를 마쳤다. 상호도 VIP자산운용으로 바꿨다. 최준철 대표는 “기존 일임, 자문고객들이 펀드로 옮겨오는 방안 등을 논의하면서 펀드 출시 시기도 조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VIP투자자문은 2003년 서울대 주식투자동아리 출신인 최 대표와 김민국 대표가 공동 창업한 회사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이 서울대 재학시절 가치투자를 연구하면서 동아리 회원들의 자금을 모아 VIP펀드를 만든 게 회사의 모태가 됐다. 회사 설립 후 연평균 18% 안팎의 수익을 고객들에게 돌려주며 유명해졌다. 가치주가 각광을 받던 2015~2016년에는 운용자산이 2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현재 운용자산은 1조6000억원 수준이다.

헤지펀드업계는 VIP투자자문의 운용사 전환 가능성을 주목해왔다. 타임폴리오·라임·안다 등 유명 자문사들은 2015년 10월 헤지펀드 운용사 진입 문턱이 대폭 낮아지면서 줄줄이 운용사로 간판을 바꿔달았지만 VIP는 자문사로 남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기존 체제로도 고객 자산을 유치하고 불리는 데 문제가 없었고, 운용사 전환에 따른 비용 등 문제로 시기를 저울질해왔다”며 “헤지펀드 운용사로서 해외 투자 등 다양한 전략을 활용하는 펀드를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VIP자산운용이 상품을 내놓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하면 단숨에 운용업계 5위권 안에 안착할 전망이다. 헤지펀드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형 자문사가 운용사로 전환한 사례에 비춰봤을 때 기존 고객 자금 가운데 적어도 30~40%는 펀드로 들어올 것”이라며 “자문사 시절 명성을 내세워 신규 자금을 얼마나 모집할 수 있을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