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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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나흘 연속 하락해 2400선을 하회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국내 증시의 가격 매력이 발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100원을 돌파하며 약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8일 오전 11시1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76포인트(0.78%) 내린 2385.28을 기록 중이다.

강보합권에서 장을 시작한 후 보합권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흐름을 보인 코스피는 낙폭을 키워 2380선까지 밀린 상태다. 지난달 30일(장중 저점 2399.58) 이후 처음으로 2400선을 하회했고, 한때 2383.68까지 떨어져 지난 3월5일(장중 저점 2374.80)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20일 이후 처음으로 1100원대에 올라섰다.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70원(0.52%) 뛴 1103.40원에 거래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대외변수가 산적한 만큼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인 가격 매력 부각이 부각된 만큼 조만간 외국인 투자자의 귀환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외국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올해(15일 기준) 들어 2조820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서만도 6453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한 바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11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은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투자자 귀환 가능성을 높인다"며 "국내 증시 수급이 외국인에게 달린 만큼 환율 상승이 수급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2월9일 코스피가 2363까지 밀리며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한 당시 외국인은 저점 확인 이후 한달 반 동안 누적 순매수를 기조를 유지한 바 있다.

그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다른 통화보다 달러 대비 안정된 모습을 보여 그동안 코스피가 다른 신흥국 증시 대비 가격 매력이 높지 않아 2월 이후 매월 1조원 가량의 순매도에 나섰다"면서도 "지난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달러 환산 코스피는 1월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 역시 "가파른 원화 약세로 국내 증시의 외국인 체감지수는 연중 최저 수준에 근접해 있다"며 "코스피50지수가 현 수준에서 보합을 유지하더라도 원·달러환율이 1100원을 기록할 경우 달러환산 코스피50지수는 연중 최저치가 된다"고 진단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기업이익 추정치 상향 조정 가능성에 따른 국내 증시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란 평가다.

곽 팀장은 "자국 화폐 가치 상승 및 하락이 시차를 두고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J커브 효과를 고려하면 높아진 원·달러 환율은 수급뿐만 아니라 펀더멘털에도 긍정적"이라며 "원·달러 환율 1100원 이상, 코스피 2400 이하에서 주식을 매도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 역시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시각이 차가워진 본질적인 이유 중 하나가 이익추정치 상향 조정에 대한 신뢰가 약화됐기 때문"이라며 "원화 약세 속도가 진정되면 높아진 원·달러환율 수준으로 인해 기업들의 이익추정치가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는 최근 대형주 공매도 비중에 비춰 외국인 매도세가 절정에 달한 점과 맞물려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이 팀장은 "대형주 공매도 비중이 지난주 경험적 상단인 9%에서 7%까지 축소됐다. 외국인 매도가 절정을 지나고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에 투자한 외국인투자자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원화 환산손실을 피하기 위해 차익실현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통화 불안이 주식시장 리스크 요인으로 잠재해 있는 상황에서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는 코스피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원화 환산손실에 따른 외국인들의 차익실현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료=하나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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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