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17일 오후 2시50분

[마켓인사이트] 두산, 두타 담보로 4000억 조달
두산그룹 지주회사인 (주)두산이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빌딩(사진)을 담보로 4000억원을 조달한다. 두산그룹 본사인 이 건물은 동대문 패션상권의 상징인 쇼핑몰 ‘두타몰’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주)두산은 이달 말 두산타워 부지 및 빌딩을 담보로 금융시장에서 4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2500억원은 5년 만기 선순위 담보 대출로, 나머지 1500억원은 3년 만기 중순위·후순위 담보부사채 발행을 통해서다.

중순위 채권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지급보증한다. 국내 기업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과 채권 발행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두산이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만기 내에 갚지 못하면 투자자들은 두산타워를 매각해 원리금을 돌려받도록 약속돼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 두산타워 감정평가액은 6750억원이고, 이번 담보 대출 및 담보부사채 발행에 적용된 담보가치는 5400억원이다. (주)두산은 두산타워 빌딩을 담보로 금융회사로부터 2650억원을 빌렸지만, 이번 자금 조달 과정에서 모두 상환할 예정이다.

두산타워는 동대문 패션시장에 있는 지상 34층, 지하 7층 규모의 고층 건물이다. 두타몰과 시내면세점인 ‘두타면세점’이 입점해 있는 쇼핑 명소이자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 사무실이 집결해 있는 곳이다. 두산그룹은 두산타워가 완공된 1998년 을지로에 있던 본사를 이곳으로 옮겼다.

(주)두산이 두산타워를 담보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은 차입구조를 장기화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의 지난 1분기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총 차입금은 12조8749억원으로 이 중 4조5420억원을 1년 안에 갚아야 한다. 최근 3년여간 주로 만기 2년 이하로 자금을 빌리면서 단기차입 비중이 커졌다. 시장 금리가 상승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단기보단 장기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재무구조에 덜 부담이 된다.

(주)두산이 우량 부동산을 담보로 내건 덕분에 이자 부담을 줄여 최대 5년 만기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두산타워 담보가치를 고려해 두산의 이번 후순위 공모채권 신용등급을 기업 신용도(A-)보다 한 단계 높은 ‘A’로, 중순위 채권등급은 캠코 보증을 반영해 최상위인 ‘AAA’로 매겼다.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일수록 자금을 빌릴 때 적용되는 금리가 낮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과 지난 3월 각각 2년 만기 1000억원 채권을 연 4%대 후반 금리로 찍었다.

최근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도 조달 금리를 낮추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주)두산의 지난 1분기 매출은 4조30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영업이익은 3508억원으로 34.5% 증가했다. 전자, 산업차량 등 자체 사업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력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덕분이다.

김진성/이태호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