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대장주’ SK이노베이션이 시가총액 20조원에 재도전한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실적 개선과 중간배당에 대한 기대로 5월 이후 주가가 꾸준히 올라 시총이 20조원에 근접했다. 한동안 정유주 투자심리를 억눌렀던 국제유가 상승세가 주춤하는 분위기여서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화학株'로 변신 중인 SK이노베이션, 시총 20兆 재도전
◆시총 20조원 고지 눈앞

SK이노베이션은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500원(0.70%) 상승한 21만4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9조8339억원. 0.84%만 늘면 20조원에 도달한다.

SK이노베이션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생산 비용을 뺀 금액) 축소로 지난 1분기 영업이익(7116억원)이 전년 동기(1조43억원)보다 29.14% 감소했다. 이 여파로 지난 4월 한 달간 주가가 6.87% 하락하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대규모 자사주 취득(당일 종가 기준 1조234억원어치)을 지난 5월1일 발표한 것을 계기로 반등에 성공해 5월 이후 9.16%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4.42%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04년 4월과 2017년 11월 두 차례 20조원 고지에 오른 적이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시총 20조원을 돌파한 뒤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주가가 하락하는 흐름이 반복됐다”며 “세 번째 돌파에 성공할 경우 20조원에 안착할지가 관심”이라고 설명했다.

◆2분기 깜짝실적 가능성

SK이노베이션이 상승세를 탄 것은 2분기 실적 개선과 중간배당에 대한 기대가 함께 작용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8810억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4212억원) 의 두 배 이상이다.

주력인 정유부문 실적을 좌우하는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6월 들어 이날까지 배럴당 평균 5.6달러로, 작년 12월(7.3달러)보다 23.28% 감소했다. 그러나 화학·윤활유·전기차 배터리 등 비(非)정유부문이 정유부문의 부진을 상쇄하고 있다.

100%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이 국내 석유화학기업 중 가장 많이 생산하는 파라자일렌(PX) 스프레드(제품과 원재료의 가격 차이)는 이달 평균 t당 338달러에 형성됐다. 이는 작년 12월(318달러)보다 6.28% 늘어난 금액이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메이저 윤활기유(윤활유의 원료) 기업들의 신·증설 준공이 하반기에 많지 않아 SK이노베이션이 윤활유 부문에서도 큰 수익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글로벌 경쟁 기업과 비교했을 때 낮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9.01배로, 미국 발레로(13.85배) 독일 바스프(14.96배)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19.30배) 등보다 낮다.

◆사상 두 번째 중간배당 나서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중간배당을 위한 주주명부폐쇄 기준일(30일)을 공시했다. 배당 기준일 이틀 전인 오는 27일까지 주식을 매수한 주주는 중간배당을 받을 권리주주로 확정된다. SK이노베이션이 중간배당을 하는 것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간 배당 규모(주당 8000원)의 20%인 1600원을 중간배당했다. 증권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이 작년과 같은 규모의 중간배당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