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단체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한 감리위원들을 ‘예비 피의자’로 명시해 검찰에 고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시민단체는 금융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도 미리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재 수위 결정을 앞두고 시민단체의 압박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의 이상한 고발… "삼바 감리위원은 예비 피의자"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26명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과 관련해 사기와 업무상 배임, 공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고발 대상엔 삼성 경영진뿐 아니라 최경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거래소 상장심사 실무자, 삼정KPMG·EY한영·딜로이트안진 대표 등이 대거 포함됐다. 삼성과 거래소, 회계법인이 모두 짜고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특혜 상장시켰다는 주장이다.

참고인으로는 금융위 회계전문심의기구인 감리위의 감리위원 8명을 열거했다. 그러면서 “감리위원 중에서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표결하거나 상장폐지에 준하는 징계 요구를 하지 않는 참고인에 대해서는 피의자로 전환해 처벌해 달라”고 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고발장을 제출한 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마지막 감리위(5월31일) 이틀 전이라 사실상 ‘감리위 압박용’이란 해석이 나왔다. 감리위원들이 감리위에서 의견을 내기도 전에 ‘삼성에 유리한 의견을 내면 고발하겠다’는 문구를 명시했기 때문이다.

피의자는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인 반면, 참고인은 범죄자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 조사를 돕는 역할을 한다. 시민단체가 감리위원들을 범죄 혐의가 있는 ‘예비 피의자’로 고발장에 적시한 것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게 법조인들의 의견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전문가를 협박해 기업을 벌주려는 것은 건강한 사회 감시자로서 시민단체 본연의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오는 20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재 수위를 논의할 3차 증선위를 앞두고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금융위와 증선위가 삼성에 면죄부를 줄 경우 이들도 추가로 고발할 것”이라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여당 일부 의원은 증선위 결과에 따라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적정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압박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선위원들이 시민단체, 삼성, 개인투자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소송에 대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신중하게 검토해 논리적 결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금융감독원이 줄곧 문제를 제기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 변경뿐만 아니라 2015년 이전 회계처리도 따져보기로 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해 대규모 이익을 낸 것이 ‘고의적 분식’이라며 60억원의 과징금과 대표이사 해임, 검찰 고발 등 중징계를 통보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