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불확실성이 커지고 국내 주식시장의 힘이 빠지면서 기관투자가들도 방망이를 짧게 잡는 추세다. 우량주 장기 투자보다는 짧게 치고 빠지는 단기 자금운용 전략을 쓰는 기관이 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수익률이 가장 높은 국내 주식형 펀드 10개의 매매회전율은 352.73%로 집계됐다. 지난해 운용업계 평균 매매회전율인 301.66%를 웃돈다. 매매회전율이란 펀드에 편입한 종목을 얼마나 자주 변경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펀드에 편입된 모든 종목을 한 번씩 바꾸면 100%가 된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이 높은 주식형 펀드들은 1년에 모든 편입 종목을 세 차례 이상 갈아치운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관투자가의 투자 패턴이 단기화하고 있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매매회전율이 높을수록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통념과 달리 시장에 빠르게 대응한 펀드가 좋은 성과를 냈다는 얘기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정보기술(IT) 업종이 증시 상승세를 주도한 지난해와 달리 올 들어선 뚜렷한 주도주가 보이지 않는다”며 “업종별 순환매가 빠르게 일어나면서 기관들이 마치 두더지 게임처럼 짧게 치고 빠지는 전략으로 운용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연기금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도 과거보다 투자 시계를 좁혀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담당 임원은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연기금도 갈수록 운용사를 평가할 때 단기수익률 비중을 높여 잡고 있다”며 “길게는 반기, 짧게는 분기나 월별 성과를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운용사들이 당장 ‘되는’ 종목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커진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