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제재 수위를 논의하는 첫 증권선물위원회가 7일 열렸다. 5명의 증선위 위원들은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마라톤 회의를 벌이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기준 위반 여부뿐 아니라 자본시장 및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한 사장 등 9명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측 관계자는 증선위에 참여해 회계 처리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소명했다.
삼바 논의 착수한 증선위 "모두가 납득할 결론 내겠다"
회계전문심의기구인 감리위원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몇 가지 혐의 중 공시 누락 건에 대해 ‘위반’으로 의견이 모아진 만큼 앞으로 증선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재 여부가 아니라 제재 수위를 놓고 집중적인 토론이 벌어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 처리를 변경해 대규모 순익을 낸 것, 관련 내용을 공시 누락한 것 등을 ‘고의적 분식’이라고 판단해 60억원의 과징금과 대표이사 및 법인 검찰 고발, 대표이사 해임 등 중징계를 지난달 1일 통보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증선위에는 증선위원장인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감리위원장을 맡았던 김학수 증선위원, 민간 출신 비상임위원인 조성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 박재환 중앙대 경영대 교수,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위원장은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결정할 수 있는 역사적인 시험대 앞에 서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이라며 “이해관계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균형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증선위원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와 관련해 회계적 측면뿐 아니라 자본시장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선위에선 단지 회계적 측면만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볼 여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증선위에선 제재 수위를 최대한 낮추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측과 고의성 근거를 입증하려는 금감원 측이 또 한 번 격돌했다. 금감원 감리부서와 제재 대상자가 동석해 동등하게 소명 기회가 주어지는 대심제가 감리위에 이어 증선위에도 적용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 처리 변경의 적절성을 강조하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산업과 당시 시장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원료의 단가가 1g에 평균 1만달러, 최고 20만달러에 달하는 등 자본력과 기술력이 필요한 산업이며 2015년 당시 판매 승인을 받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제품은 세계 10대 매출 의약품에 포함되는 블록버스터”라며 “회계 처리를 변경할 만한 충분히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감리위가 지적했던 공시 누락에 대해서도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을 증선위원들에게 중점적으로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첫 증선위에서 질의응답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만큼 최종 제재 수위를 확정할 때까지 증선위는 몇 차례 더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2차 증선위는 오는 20일 개최된다.

하수정/조진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