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시가총액 4위인 에이치엘비는 대표적인 ‘바이오주’로 꼽힌다. 이 회사는 작년부터 자회사인 미국 LSK바이오파마를 통해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 개발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그런데 이 회사는 한국거래소 업종 분류상 ‘운송장비·부품’ 업종에 속한다. 본업이 합성수지선과 구명정 제조 등 선박건조 사업이기 때문이다. 주가는 미래 기업가치를 반영해 움직이는데 이와 동떨어진 업종 분류가 투자자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이치엘비는 지난해 22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부분이 선박사업에서 나왔다. 하지만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투자자는 선박사업 대신 보유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의 가능성을 보고 주식을 사들인다”고 말했다.

소속 업종 때문에 ‘통계 착시현상’도 나타난다. 거래소는 지난 4일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운송장비·부품 업종 주가상승률이 63.5%에 달해 34개 업종 중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운송장비·부품 업종 시총의 40%는 에이치엘비가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통계청 표준산업 분류에 따라 제약 등 바이오 업종으로 지정되기 위해선 매출의 절반 이상이 바이오사업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업종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바이오 업종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올해 의료기기업체인 화진메디칼을 인수하면서 1분기 바이오 매출 비중을 37.7%까지 끌어올렸다”며 “리보세라닙이 예정대로 임상을 모두 마치면 내년 이후에 매출이 본격적으로 일어나 바이오 업종으로의 전환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