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글로벌 경기 정점 찍었다?…증시 향방은
최근 세계 경기 지표가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해까지 호황기를 이어오던 글로벌 경제가 고점을 찍고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기 위축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5일 외신 등에 따르면 JP모간체이스가 집계한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 53.1로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아직 경기 위축까지는 아니지만 확장 흐름이 확실히 꺾였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서비스 PMI도 3월 53.2, 4월 53.8에 그쳐 지난 2월(54.8) 사상 최고치에서 내리막을 걷고 있다.

6~9개월 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11월 100.19를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올 3월에는 100.03까지 떨어졌다. 경기 확장과 수축을 나누는 기준선인 100은 넘고 있지만 이 역시 하락세가 뚜렷하다.

증시에서도 낙관론이 힘을 잃고 있다. 지난해부터 랠리를 시작해 올해 초까지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지난 1월26일 26,616.71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기세가 꺾여 3월 중순부터는 25,000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시장에서도 연초 3000선을 바라보던 분위기는 한풀 꺾였다. 최근 2400대 중후반~2500대 초를 맴돌며 큰 오름세는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레이트사이클(late cycle·경기 확장 후반부)'에 진입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심리 위축과 선행지수 반락 등 글로벌 경기 회복 모멘텀이 둔화되면서 경기 고점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발 통상전쟁이 관세보복전을 부르면 교역이 축소되면서 생산·소비까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는 미국이 철강 제품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자 즉각 대응 방침을 내놨다. 미국 농축산물과 공산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는 내용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 전역에서 레이트사이클 논쟁이 한창"이라며 "확장일로를 내달리던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이제 그 끝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다음 포석을 준비하라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시점에서 경기 모멘텀 둔화가 경기 침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향후 경기 지표의 방향성이 어느 쪽으로 잡히는가를 지켜보면서 투자 전략을 수립하라는 조언이다.

이상욱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점에서 경기 모멘텀 둔화와 신흥국의 부진이 경기 침체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기엔 이르다"며 "만약 경기지표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일 경우 다시금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최근 지표 둔화를 경기 침체의 시그널이라기 보다는 그간 강력했던 경기 모멘텀이 둔화된 것으로 해석했다. 경기 모멘텀이 확산될 경우 업종의 지각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건설·제약바이오·음식료·증권 등의 업종을 추천했다.

중소형주를 눈여겨 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학균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못 오르는데, 한국 증시가 상승하기는 힘들다"며 "틈새 시세 개념의 중소형주 선호 현상을 주목하라"고 했다.

그는 이어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면 연초에 경험한 금리 급등에 대한 우려가 희석될 것"이라며 "금리 안정 국면에서는 성장주가 강세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단기적으로는 바이오를 비롯한 중소형 성장주, 2019년까지 시계를 확장하면 절대 가격의 장점이 있는 중소형 가치주를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