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나 농산물, 금속 등 원자재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원자재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확장 국면이 끝나가고 미국 기준금리가 단계적으로 인상되면 하반기 국내외 증시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가 1950년부터 2010년까지 경기순환 국면별로 각 자산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경기확장 마무리 국면에선 원자재가 주식이나 하이일드(고위험)채권 등 다른 자산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냈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고공 행진을 하던 유가가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증산 가능성에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만큼 하반기엔 원유보다 글로벌 인프라 투자와 4차 산업 관련 수요가 높은 산업금속 관련 투자가 유망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반기 원자재펀드 투자 기상도, 산업금속 '맑음'… 원유·농산물 '흐림'
◆국제 유가는 안정화 국면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원자재 펀드 47개는 올 들어 평균 2.15%의 수익을 냈다. 국내주식형펀드(-1.52%)나 해외주식형펀드(0.60%)보다 양호하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가 지난달 21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년6개월 만의 최고치인 배럴당 72.24달러를 찍는 등 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 에너지 장관들이 다음달 2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증산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말 시장에 밝힌 뒤 유가는 배럴당 65.81달러로 하락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엔 글로벌 원유 시장 수급이 다시 균형을 찾으면서 유가가 안정화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유가 급등세가 진정되면서 투자자들은 원유에서 다른 원자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프라 투자 수요로 산업금속 ‘맑음’

투자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원자재는 알루미늄과 구리 등 산업금속이다. 황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인프라 투자 확대를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만큼 인프라 건설에 따라 수요가 증가할 산업금속 강세가 예상된다”며 “산업금속 투자 비중을 높이길 권한다”고 말했다.

한윤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미국과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인프라 투자 확대를 주요 근거로 산업금속 가격의 상승을 예상했다. 한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스모그 감축을 위해 겨울철마다 산업금속 생산을 규제하는 것도 공급을 줄여 가격 상승을 지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기차 등 4차 산업 성장도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알루미늄은 전기차 전장에, 니켈은 배터리에 사용된다. 구리는 전기전도체 역할을 한다.

산업금속에 투자하는 대표적 펀드로는 ‘블랙록월드광업주(주식-재간접형)(H)’ 등이 있다. 채광 및 금속회사에 주로 투자하는 이 펀드에는 올 들어 111억원이 순유입됐다. 수익률은 A클래스 기준 최근 1개월간 1.5%, 1년간 25.47%다.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도 원자재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사이클의 후반부로 가면서 상품 가격이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며 “‘아이패스 다우존스-UBS 상품 ETN’ 등에 투자자산의 10% 정도를 배분할 만하다”고 말했다.

원자재 중 농산물의 투자 매력은 낮다는 의견이 많다. 연말까지 기상 이변 가능성이 낮아 작황이 좋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옥수수, 밀, 콩 등 주요 곡물의 재고가 충분한 수준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황 연구원은 “장기투자 관점에서는 저가 매력이 있지만 하반기 중 상승 여력은 낮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